[기고] G7부터 G20까지, ‘K외교’의 시대를 열다

2025-12-03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은 지난해 12·3 내란 이후 멎어버렸던 외교의 시계를 재가동하고 국제사회에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는 시간이었다. 한·미 동맹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고, 한·중 관계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으며, 한·일 관계를 보는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켰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 이어 2028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함으로써 한국을 보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업그레이드했다. 지난달 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60%)의 이유로 외교 분야를 꼽은 응답자가 34%를 차지했다. 이재명정부 외교 6개월의 성적표인 셈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당시 한·미 관계의 시계는 제로나 다름없었다. 8월 25일 워싱턴 정상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진행되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과거 어느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살얼음판과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불안했던 상황을 반전시키기에 충분했다. 경제통상 분야의 안정화를 위한 협력 시스템 구축,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의 역할 분담, 무엇보다도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한·미 조선업 협력 합의가 상호 이익에 기반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한·중 정상외교를 전면 복원하는 성과도 거뒀다. 특히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6~2030) 등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함으로써 민생 분야를 포함하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에 디딤돌을 놓았다.

한·일 관계 역시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에이펙 계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셔틀외교의 지속적 추진과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근 중·일 갈등 확산 국면이 한·중·일 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외교적 역할은 더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다자외교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했고 에이펙 의장국 수반의 역할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E.N.D 이니셔티브와 글로벌 책임강국 비전을 제시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초국경 범죄 근절을 위한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끌어냈고 남아공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견 5개국 협의체인 믹타(MIKTA)의 순회 의장국 역할도 수행했다. 다자외교 무대에서 이 대통령은 글로벌 AI 기본사회와 포용적 공동 성장과 같은 어젠다를 강조함으로써 글로벌 책임 강국의 역할을 다짐했다.

이재명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 합의 과정이 시사하듯이 지난 6개월 동안 국익을 위해서라면 합의문의 마지막 한 구절, 한 단어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적극적 외교협상을 전개해 왔다. 동시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와도 대화하고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정부 앞에는 이제 4년 반의 기간이 남아있다. 한·미 동맹 현대화를 위한 수많은 후속 과제와 한·러 관계 복원 등 만만치 않은 도전들이 또다시 기다리고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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