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이 꿈을 추구하게 하고파, ‘엄청난 잠재력’ 여자축구는 숨겨진 보석” 세계 여자축구계 대모 한국계 사업가 미셸 강

2025-09-15

영국 여자프로축구 리그(WSL) 무대에 새 바람을 몰고 온 인물이 있다. 미국 워싱턴 스피릿과 프랑스 리옹을 거쳐 이제는 런던 시티 라이오니즈를 이끌고 있는 미셸 강 구단주(66)다. BBC는 14일 “그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현장을 직접 찾고 선수·코치진과 호흡하는 ‘현장형 구단주’로, 여성 축구의 미래를 바꾸는 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은 매주 켄트 훈련장을 찾아 감독 조슬랭 프레슈르와 포옹하며 팀을 격려한다. 2023년 라이오니즈 인수 이후 단순히 자본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 영입, 훈련장 건립, 여성 스포츠 연구에까지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라이오니즈는 지난 시즌 2부리그격인 챔피언십를 제패하고 1부리그로 승격했다.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개막전을 3000석 전석 매진으로 치르며 돌풍을 예고했다. 강은 “내 역할은 비전을 세우고, 선수와 스태프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나는 축구 전문가가 아니지만, 최고의 인재를 영입해 이들이 빛날 무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여러 구단을 소유한 ‘멀티 클럽 오너십’은 남자축구에서 종종 투기와 시장 왜곡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강은 이 모델을 여성 축구 발전의 필수 전략으로 본다. 강은 “여자 축구는 아직 대형 미디어 계약도, 수억 달러 규모의 스폰서십도 없다. 연구와 스카우팅을 분산 투자하기보다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남자 축구와 같은 탐욕적 구조가 아니라, 성장 단계의 여성 축구에는 반드시 필요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은 프리미어리그를 벤치마킹해 훈련장 시설을 개보수하고,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여성 맞춤형 과학 연구와 환경 조성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PSG와 리옹의 경쟁 관계를 악용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피더 시스템(feeder system)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규모를 키워 여성 축구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라고 선을 그었다. 피더 시스템은 대형 구단이 하위 구단을 인수해 유망주를 육성하거나 경기 경험을 쌓게 한 뒤 필요할 때 다시 불러오는, 이른바 ‘선수 공급망’ 구조를 뜻한다. 남자축구 세계에서는 멀티 클럽 오너십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선수 장사나 시장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구단 운영은 철저히 ‘제품 중심주의’를 따른다. 강은 “남자팀 팬의 일부가 여자팀으로 넘어온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팬 충성도를 얻으려면 매혹적인 제품이 있어야 한다”며 “여자 축구는 단순한 90분 경기가 아니라, 경기 전후 경험 전체가 팬들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구단 운영을 넘어, 여성 스포츠의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략은 이적 시장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여름 라이오니즈는 무려 선수 16명 영입했고, 마지막 날에는 PSG 프랑스 국가대표 그라스 게요로를 데려와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서 ‘세계 최고 이적료’라 보도했지만, 강은 “우리가 선수에게 지급한 최고 금액은 100만 유로”라며 과장된 소문을 일축했다. 팀의 상징적 영입은 코소바레 아스라니였다. AC밀란을 떠나 2부리그 신생 클럽에 합류한 그의 결정은 ‘모험’이었지만, WSL 승격과 함께 리그 무대에서 증명됐다. 강은 “아스라니의 용기에 깊이 감사한다”며 “단순히 선수 영입이 아니라, 인프라에 투자하는 구단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는 그 몇 안 되는 구단 중 하나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강은 선수 연봉에 대해서도 “시장 가치에 맞는 공정한 대우가 필요하다”며 구체적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리그 내 최고 수준의 투자를 약속했다. WSL이 이번 시즌부터 최저임금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그의 행보는 선수 처우 개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시즌 라이오니즈의 목표는 우승보다는 중상위권 안착이다. 아스널과의 개막전에서 1-4로 패했지만, 아스라니의 선제골로 가능성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강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 토대 위에 꾸준히 발전하겠다”며 “언젠가 꼭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는 모든 소녀들이 자신의 꿈을 제한 없이 좇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여자 축구는 가장 숨겨진 보석 같은 종목이다.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저평가돼 있다.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인생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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