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미래 전장에 대비한 육·해·공 무인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병력 손실을 줄이면서 24시간 연속 작전이 가능한 무인 기술은 인공지능(AI)과 센서의 고도화로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드론 등 무인 전력의 중요성은 입증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UGV(무인차량)과 무인기, 무인수상정 등을 앞세워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글로벌 무인 체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목적 UGV ‘아리온스멧(Arion-SMET)’은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카메라, 라이다(LiDAR)를 이용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주변 상황과 사람, 차량, 장애물 등을 인식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판단한다. 원격 조종부터 병력과 연결된 선을 따라 가는 유선 추종, 주어진 경로점을 따라 가는 자율주행, 가보지 않은 길을 스스로 탐색하며 주행하는 탐색자율주행 등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아리온스멧은 최고속도 43km/h에 전기충전 후 100km 운행이 가능하다. 적재중량은 550kg에 달한다. 물자 운반, 부상자 후송과 같은 병력을 보조하는 임무부터 감시 정찰, 원격 수색작전은 물론 총성의 방향과 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다. 특수복합소재로 높은 차체 방호력을 갖췄고, 공기 주입이 필요 없는 ‘에어리스 타이어’를 활용해 총탄에 맞아도 일정 거리 이상 운용이 가능하다.
아리온스멧은 국내 방산 기업의 무인 차량 중 최초로 2023년 미군의 해외비교성능시험(FCT)을 완수했다. FCT란 미 국방부가 전세계 동맹국 방산 기업이 가진 우수 기술을 평가하고 미군이 추진하는 개발·획득 사업으로 연계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아리온스멧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다목적무인차량 블럭-2 ‘그런트(Grunt)’도 공개했다. 그런트는 항속거리 290km, 적재중량 900kg으로 기존 아리온스멧 대비 향상된 임수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 2월에는 유럽 최대 UGV 기업인 ‘밀렘 로보틱스’와 최신 궤도형 UGV인 T-RCV의 공동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존 아리온스멧-그런트로 이어지는 UGV라인의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무인기 체계 사업은 미국의 글로벌 무인기 전문기업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Gray Eagle-STOL(GE-STOL)’을 공동개발하기로 하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GE-STOL’은 이착륙 거리가 짧아 활주로가 없는 지역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GA-ASI는 MQ-1 프레데터, MQ-9 리퍼 등 고성능 무인기 개발 및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국, 일본, 호주 등에 무인기를 공급 중이다. GA-ASI에 따르면 GA-ASI 무인기 제품을 운용 중인 국가들의 수요를 조사한 결과 향후 10년 간 600대 이상 GE-STOL의 구매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15조 원 규모에 달한다.
양사는 2027년 초도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STOL의 개발 및 생산을 위해 국내에 연구개발 및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무인기 체계 및 엔진 개발, 시설 구축 등에 75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000억 원을 관련 사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무인기 역량 확보는 자주국방과 K-방산의 미래 먹거리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지를 보였다.
해양무인체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272210)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2011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관한 우리나라 첫 무인수상정인 ‘아라곤 1호’의 연구개발 사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고, 2018년 자체 투자를 통해 무인수상정 ‘아우라’를 내놓았다. 현재는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을 개발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고 함정전투체계(CMS)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무인 수상정 시장을 장악한다는 목표다. CMS는 위협체를 함정에 탑재된 센서로 탐지·분석하고 함포 등 무장체계에 전달·명령해 위협체를 제거하는 전투용 함정의 핵심 체계다. 한화시스템은 대한민국 해군의 고속전투함·대형상륙함·구축함·호위함·잠수함 등 대부분 함정에 자체 기술력으로 국산 CMS를 공급해 온 유일한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CMS와 해양무인체계 기술 역량의 공통 분모인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발에도 적극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전투용 무인수상정은 북방한계선(NLL) 등 적 위협이 큰 전방 해역에서 기존 고속정이 수행하던 작전임무를 자율적으로 수행 가능하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화오션(042660)의 특수선 건조 역량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원격사격장치 및 유도탄 발사대 개발 역량까지 종합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