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필름을 색유리처럼 사용하는 김범수 개인전
사비나미술관서 '비욘드 시네마: 감성의 재구성'
폐필름으로 만든 추상·구상 조형 36점 선보여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쓰고 다니던 밀짚모자의 테두리 장식을 살펴보면 버려진 영화 필름을 자른 것이었다. 그 필름을 햇빛에 비춰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폐기된 영화 필름을 잘라내고 조합해 물감처럼 사용하는 작가 김범수(60)의 개인전 '비욘드 시네마: 감성의 재구성'이 서울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평면, 입체, 설치 등 총 36점이 출품되었다.

작가는 디지털 상영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아날로그 영화 필름을 현대미술의 매체로 재구성하여 과거와 현재, 감정과 기억,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제시한다. 35mm, 16mm, 8mm 등 다양한 규격의 폐필름을 잘라내고 조합하여 좌우 대칭의 기하학적 패턴과 원형 구조 등 회화적 구성을 통해 평면에 고정시킨다.

전시 제목 'Beyond Cinema'는 작업의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작가는 한 편의 영화가 지닌 색감, 정서, 장면의 순간들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며 서사적·선형적 구조를 갖는 영화적 기억을 색면과 구조 중심의 회화적 감성으로 번역한다. 이 작업에서 필름은 물질이 아니라 감정의 매개체이자 기억의 파편이다. 작가는 그것을 다시 정렬하여 추상적이면서도 공유 가능한 보편적 감성 구조로 환원시킨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김범수는 뉴욕 유학 시절 우연히 영화 필름을 얻었고 그 뒤로 30년 가까이 이를 재료로 작업하고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