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韓 차세대 메모리로 협상력 키워야”

2024-11-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미 과학기술 공조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한국만의 특장점인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바탕으로 외교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지능(AI)반도체대학원장(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AIST가 ‘미국 대선 후 기정학적 변화와 대한민국의 전략’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는 (예산 삭감 등으로) 국가 주도 연구개발(R&D)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며 “한국의 보완적 역할을 부각해서 반도체 보조금이나 관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 지원을 통해 생산 공장을 자국에 유치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보조금을 줄이는 것은 물론 수입품에 대해서는 보편적 관세를 부과해 자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과 관세 문제를 두고 미국과 협상하려면 미국이 한국과 협력해야 할 니즈를 만들어야 하고 그 유력한 방안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나아가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같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게 유 교수의 생각이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작동시킬 AI 반도체도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엔비디아가 대표적 AI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신경망처리장치(NPU), PIM, 뉴로모픽처럼 전력 효율이 더 높은 차세대 반도체로 기술 패러다임이 넘어가고 있다고 유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게 승산이 있는 PIM에 주목했다.

유 교수는 “GPU는 엔비디아가 원래 게임용으로 만든 칩이라서 AI를 돌리는 데는 전력 소모가 크다”며 “반면 우리 정부가 3년 전부터 투자를 시작한 PIM은 (GPU와 달리) 연산과 저장 기능을 한번에 가져 AI에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연산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저장 기능이 없어 데이터를 외부에서 가져와야 하는 방식은 전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반면 PIM이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게다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만큼 (메모리 기반의) PIM 경쟁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만의 노하우로 (미국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여려 겹으로 쌓아올려 AI 반도체급 연산 성능을 내는 차세대 메모리 HBM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차세대 AI 가속기용 HBM4를 납품할 예정이다. PIM 기술 역시 한국 기업이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 교수는 또 한국이 정경 분리를 통해 중국 시장에도 관련 기술과 상품을 수출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 ASML이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성장하기 전에) 중국 기업에 팔렸을 것”이라며 “정부가 수세적이 아닌 공세적 공급망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SML은 현재 반도체 공정의 필수 장비인 EUV 시장을 거의 독점해 ‘슈퍼 을(乙)’로 불린다. 이 같은 성장 뒤에는 네덜란드 정부의 전폭적 투자가 있었던 것처럼 한국 정부 역시 반도체 업계 지원을 과감히 늘려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주헌 과기정통부 전략기술육성과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4년 동안 초거대 AI 모델 같은 단기적 기술 성과를 위한 투자는 늘리겠지만 상대적으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AI 안전과 데이터센터 저전력화 같은 틈새를 한국이 노릴 수 있다고 봤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AI와 반도체 같은 필연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과학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