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약재 산책] 초여름의 싱그러움, 매실

2025-05-22

아버지의 마당엔 가장 부지런했던 봄의 전령 매화가 이제는 가장 부지런하게 싱그러운 매실로 여름을 전하고 있다. 매화는 2월 말에서 3월 초,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 머물고 있을 때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매화가 진 자리엔 매실이 열리고 5월부터 6월 사이 수확이 시작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매실은 노랗게 익기 시작하는데, 약재로 쓰기에는 익기 전 단단하고 푸른 상태가 가장 좋다. 수확된 매실은 약 40도의 연기로 과육이 노란빛을 띤 갈색이 되었을 때까지 훈증한 후 검게 말린다. 검게 말린 매실이 한약재로 쓰이는 오매(烏梅)다.

<방약합편>의 약성가에는 ‘오매는 기침을 거두고 갈증을 멎게 하며 진액을 생하며 설사를 물러가게 한다’고 표현되어 있다. 오매의 효능을 집약적으로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오매의 효능을 정해보겠다.

첫째로 오매는 몸에 진액을 생성하게 한다. 오매는 무독하고 신맛이 난다. 신맛은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다. 레몬을 상상해보라. 이것이 바로 지갈생진(止渴生津)의 효능이다. 갈증을 멈추고 진액을 생성한다는 말이다. 주로 맥문동이나 천화분 등의 약재를 배합하여 몸에 진액을 공급하는 약으로 활용한다. 당뇨로 인해 몸의 진액이 마르거나 오랜 설사로 인해 수분 균형이 깨졌을 때 응용할 수 있다.

둘째로 오매는 기침을 멈추게 한다. 호흡기는 항상 일정한 수분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른기침이 나거나 담이 생기기 쉽다. 이때 오매의 생진 기능이 호흡기의 수분을 생성시키는 데 도움을 주어 기침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마른기침을 하거나 감기 끝에 진액이 마를 때 응용할 수 있다.

셋째로 오매는 복통 설사와 소화불량에 효능이 있다. 예부터 지금까지 민간에서는 배가 아프고 설사하고 소화가 안 될 때 매실액을 마시고 있다. 오매가 장관의 과운동을 억제하는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오매는 해충을 잡는다고도 한다. 이는 해충을 죽였다는 표현이기보다는 회충으로 인한 복통을 오매가 잡았다는 표현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매년 초여름은 어머니가 매실청을 담그는 의식이 있는 계절이다. 몇 년 전 매실 풍년으로 담갔던 매실청이 아직도 많이 남았기에 올해는 건너뛰어야 해서 어머니는 푸르게 익어가는 매실을 아까워하신다. 푸르른 매실 향에 실려 올 푸르른 6월의 새날을 기다린다. 긴 시간 괴로웠던 복통도 매말랐던 가슴도 함께 치유되길 기원하며…

최미선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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