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않은 것과 끝까지 싸우는 것, 바로 록의 정신이죠"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 주말인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이 마련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 주권 실현, 사회 대개혁, 범국민 촛불 대행진' 무대에 선 록그룹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3인조 여성으로 구성된 '워킹애프터유(WORKING AFTER U)'였다. 비록 유명 그룹은 아니지만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멤버들은 파워풀한 연주와 노래로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워킹애프터유가 '삐딱하게'를 부르자 현장에 있던 젊은이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그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었다. 어떤 록 페스티벌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인파 앞에서 '워킹애프터유'가 포효했다. 'Will Walk With You', 'What's Up' 등을 불러 참가자들의 참여 열기를 북돋우면서 탄핵을 향한 열망에 불을 지폈다.
'워킹애프터유'는 벌써 데뷔 10년 차가 된 여성 록 그룹이다. 여성 록그룹을 찾아보기 힘든 국내 록 음악계에서도 별난 존재로 꼽히는 그룹이다. 기타 보컬 해인, 베이스 한겸, 키보드 써니, 드럼에 아짱 등 4인조로 활동하다가 지난 6월 키보드인 써니가 건강상의 문제로 도중하차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각국의 라이브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워킹애프터유가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무대에 누구보다 먼저 선 이유에 대해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 탄핵 집회에 나서게 된 이유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매체를 접하면서 가슴이 끓었고,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그 시점에 섭외가 들어왔고, 저희의 음악이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탄핵 집회 무대에 서서 노래했는데 혹시 모를 불이익 같은 건 없을까 우려하지 않았나요?
"조심스러웠던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무대에서 노래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이익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곳에 모인 모두와 같은 마음으로 노래했던 그날을 떠올리는 데 따라오는 후회는 없습니다. 더 나아가 어떤 상황이든 항상 '우리의 무대를 만들어 가자'는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기 때문에 늘 그랬듯 크게 걱정은 없었습니다. 딱 하나, 다음 날 모두가 감기에 걸리는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염려했습니다."
- 그날 부른 노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두 번째로 노래한 'Will Walk With You'는 함께해 주는 모두에게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가 담긴 자작곡이었습니다. 의심 없이 지금 모두 잘하고 있고, 시끄러운 날들이 계속된다 해도 결국 이겨낼 거라는 응원이 담긴 에너지 넘치는 곡입니다.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따라 해 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넘치는 기운을 받았네요.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다른 노래들도 많이 불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감사하게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앵콜까지 외쳐 주셨어요. 앵콜로 불렀던 곡들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기존 곡으로 준비하였는데, 오히려 워킹애프터유 버전을 더 좋아해 주셔서 더 즐겁게 무대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 지금 하고 있는 록음악과 탄핵 집회 무대와의 연관성이 있다면?
"옳지 않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크게 외치며 부르짖는 저항 정신이야말로 록음악과 탄핵집회의 공통점이 아닐까요? 원하는 바를 반드시 이루며 만들어 내고야 마는 것, 외롭고 험난한 길이라 느껴지겠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것, 그것이 록 음악을 넘어선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주는 무대 계획이 있는가? 앞으로 요청이 온다면?
"많은 예술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우리의 목소리가 힘이 되는 곳이라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러주신다면 어디든 주저하지 않고 무대에 올라 모든 힘을 쏟아부어 노래하겠습니다."
- 워킹애프터유라는 그룹 제목과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팀 이름인 워킹애프터유(WALKING AFTER U)는 '너의 뒤를 따르겠다'는 뜻으로, 많은 분들이 외쳐 주셨을 때 더 빛이 나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킹애프터유는 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 오고 있는데, 들리는 음악뿐 아니라 보여지는 라이브 퍼포먼스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누군가 저희의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힘을 얻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의 메시지와 퍼포먼스를 담아낼 수 있는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는 음악을 하려고 합니다. 또 우리가 관객 분들을, 관객 분들이 우리를 서로서로 지지하며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
- 광장에서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한 마디 한다면.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이팅입니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