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강 타고 멸종위기 흰수마자 20년만의 귀환···교량 공사에 서식지 파괴 우려

2024-10-14

한강 수계인 경기 고양 창릉천과 파주 문산천 등에서 20년 만에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가 발견됐다. 댐이나 보 같은 인공구조물이 없는 하천인 덕분에 흰수마자가 돌아올 수 있었지만 환경부의 하천 공사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코코리아 등은 지난달 24일 창릉천에서 흰수마자 1개체, 26일 문산천에서 24개체 등의 흰수마자를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밖에 김포 동부간선수로에서 1개체, 파주 눌노천 하류에서 2개체 등이 발견됐다. 이번에 확인된 흰수마자들은 파주에서 실시될 생물다양성탐사(바이오블리츠) 사전조사를 통해 발견됐다.

모두 경기도권의 한강 수계에 속하는 이들 하천에서 흰수마자가 확인된 것은 2004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창릉천, 문산천 등 한강의 소하천에서 과학적 조사에 의해 이 멸종위기 어류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과거 한강 수계에는 하류와 지천 일부에 흰수마자가 서식했었지만 난개발과 수질 오염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흰수마자는 주로 하류와 맑은 중류를 오가는 어류로, 멸종위기 1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주로 모래가 있는 얕은 여울에서 서식하는 습성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파괴의 직격탄을 맞아 개체 수가 급감한 어종이기도 하다.

20년 만에 흰수마자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생태학자들은 수질이 개선되고 서식지 환경이 비교적 양호해지면서 다른 하천 등에서 이동해 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강 수계 하천들이 국내에서는 드물게 하천 내 인공구조물인 보나 댐, 둑 등으로 막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흰수마자의 귀환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점만이 아니라 김포, 고양, 파주 등 광범위한 지역의 하천에 걸쳐 흰수마자가 확인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물과 어류의 이동을 막는 인공구조물들이 있었다면 흰수마자가 돌아오기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된다. 흰수마자의 귀환을 통해 전문가들은 하천 생태 복원을 위해서는 댐이나 보 등을 가능한 만들지 말아야 하며, 기존의 인공구조물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PGA연구소 소장은 “흰수마자는 인공 구조물이 있으면 이동을 하기 어려운 어류”라며 “한강 본류의 경우 신곡수중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가로막혀 있기는 하지만 수중보이다 보니 물을 타고 어류가 보를 넘어가는 것이 가능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흰수마자가 발견된 하천 중 일부에서 환경부가 벌이고 있는 교량 공사는 애써 돌아온 흰수마자의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현재 문산천 일대에서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교량을 만들 목적으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완옥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은 “한강 하구가 비교적 잘 보전돼 있었고, 이 하천들이 하구와 연결돼 있었던 덕분에 흰수마자나 은어 같은 어류들이 돌아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은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작은 배려만 해주면 금방 원상 회복될 수 있다”며 “앞으로 한강 하구 등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을 잘 보존하면 이렇게 돌아올 수 있는 생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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