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의 한 70대 여성이 평생 모은 약 1억 원을 성형 시술에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의 아들이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13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 출신 옌 씨는 어머니가 지난 6월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난 뒤 유품을 정리하던 중 ‘추이추이(Cuicui)’라는 인물에게서 온 수십 건의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어머니는 추이추이와 거의 매일 연락하며 베이징의 성형·미용 시술 전문업체에 총 48만 위안(한화 약 9700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안면 마비를 앓던 노모에게 미용·성형 시술을 지속적으로 권유했고, 3년간 20차례가 넘는 시술을 진행했다. 옌 씨는 “어머니는 월 6000위안(약 120만 원) 미만의 연금으로 검소하게 사셨고 안면 마비로 평생 화장을 해본 적도 없었다”며 “이런 분에게 성형을 권유한 건 악의적인 행위다. 불과 두 달 만에 20만 위안(한화 약 4000만 원) 넘게 썼다. 직원들은 양심이 있느냐”라고 분노를 표했다.
옌 씨는 또한 “시술 후에도 어머니의 외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직접 환불을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이미 시술이 완료돼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바라는 건 전액 환불”이라며 “무엇보다 노부모를 둔 가족들이 자주 연락해 이런 피해를 막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 내 미용·성형 산업의 허술한 규제 실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SCMP는 “중국 정부가 불법 시술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이 모호해 피해 사례가 잇따른다”고 전했다.
현지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돈에 눈이 먼 악덕 업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 “노인에게 외모 강박을 심어주는 사회가 문제”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일부는 “노모가 3년간 시술을 받는 동안 가족이 몰랐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아마 성형업체가 그녀의 정서적 위안처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