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수면산업, 융·복합 기술로 열어가는 신성장 패러다임

2025-08-18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중장년층 평균 수면 시간은 6.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8.5시간보다 18%나 부족하다. 매일 숙면을 하는 비율도 고작 7%에 불과해 수면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수면 부족은 면역력 저하와 비만·당뇨 위험 증가, 심지어 연간 1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경기연구원의 분석도 나와 사회·경제적 문제로 지목된다.

이에 '꿀잠'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면서 수면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원, 2025년에는 5조원으로 추산되며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중심에 서고 있다.

수면산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은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이다. 최근 현대건설은 수면분석 인공지능(AI) 기업과 협력해 개인의 최적화된 수면 환경을 구현하는 '스마트 수면케어 시스템'을 적용해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냉난방 공조업체인 경동나비엔은 에이슬립과 공동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숙면을 유도하는 '수면 온도 조절 매트'를 출시했다. 의료가전업체인 세라젬의 '홈 메디케어 베드' 스마트 침대는 자동 온도조절, 수면 분석, 척추 온열 마사지 등 맞춤형 의료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제품으로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제 수면산업은 기존 침구·수면가전 중심의 전통 산업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AI·헬스케어·건설·냉난방공조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는 신성장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실질적 대응과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첫째, 민관이 협력해 다양한 산업간 융·복합 연구개발(R&D) 생태계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수면 중 뇌파, 호흡, 맥박, 뒤척임 등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스마트 모니터링 및 분석기술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마이크를 활용해 호흡음을 분석하는 기술 등 새로운 융·복합 기술에 대한 R&D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보안 및 개인정보보호가 필수적이다. 수면데이터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이므로 유출 불안과 해킹을 예방하기 위해 사이버보안이 중요하다. ISO14971(의료기기위험관리), ISO27001(정보보호경영시스템) 등을 통해 데이터보안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슬립테크 산업을 대상으로 한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AI 윤리와 결합된 '수면 데이터 관리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안심하고 슬립테크 제품을 활용할 수 있고, 기업은 기술 신뢰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수요 대응을 위한 표준과 시험·인증 시스템의 확립이 우선이다. 제품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위한 기술표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슬립테크 제품은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정부의 안전성과 유효성 관리를 받고 있다.

산업부와 충남도 협력으로 아산에 문을 연 KTC 수면산업진흥센터는 소비자가 제품을 신뢰할 수 있도록 과학적 검증, 시험 및 실증 기반의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도 '수출기업 해외규격 인증 지원사업' 등을 통해 기업의 해외 인증 획득을 돕고 있으나, 향후 국제 수준의 '슬립테크 시험인증 허브' 구축, 글로벌 공동인증제도 구축 추진으로 신뢰성과 브랜드 파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수면산업의 성장은 사람들이 더 잘 쉬고, 더 건강하게 살며, 더 풍요로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확장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술 개발 투자와 함께 이종 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수면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안성일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원장 siahn@ktc.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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