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검찰 조사… 김한정·김태열 진술과 ‘배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검찰의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수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한 일부 진술이 다른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씨와 오 시장 측은 물론, 이 사건 피의자와 참고인들 간 진술이 잇따라 엇갈리며 수사가 예상보다 늘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30일 명씨를 서울고검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진행한 조사에서 대부분 질문은 오 시장 관련 의혹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전날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오 시장이 통화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후원자) 김(한정) 회장에게 2000만원을 빌려달라고 얘기하겠다’고 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예전에 나온 건 다 맞다”고 시인했다. 그는 오 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키맨’이자 이 사건 피의자 신분인 김한정씨를 “2021년 2월 한참 뒤에 만났다”며 “오 시장이 제 전화번호를 줬기 때문에 그 사람이 전화가 오지 않았겠느냐”고도 말했다.

후원자 김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명씨를 처음 만난 건 그해 1월 말”이라며 연락처는 당시 캠프 사무실을 기웃거리던 명씨를 우연히 보고, 동향(경남 창원) 사람이라는 얘길 듣고 캠프 관계자에게 물어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오 시장이 2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런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김씨는 수사팀에 이를 명확히 진술했다고도 부연했다.
명씨는 전날 조사에서 오 시장과 2021년 1월22일 네 차례 통화했다고도 진술했다. 그는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 소장이 운전하는 차가 경남 창원 장복터널을 지날 때 오 시장으로부터 첫 전화를 받았고, 오후에 세 차례 더 통화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한연은 명씨가 사실상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론조사업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소장은 “네 번 통화는 처음 듣는 얘기고, 검찰 조사 때 장복터널 지날 때 명씨가 오 시장이랑 통화하는 걸 들었냔 질문에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대신 그는 명씨가 지역의 한 사무실에서 스피커 통화(한 뼘 통화)로 했는지, 녹음파일을 재생했는지 모를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전했다.
일련의 진술·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씨는 검찰에 임의 제출한 자신의 휴대전화에 증거가 모두 들어있다고 강변했다. 다만 명씨는 오 시장과 통화한 녹음파일이나 녹취록 등 증거가 있느냔 물음엔 “저는 원래 (통화) 녹음 안 한다”고 했다. 앞서 검찰이 명씨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와 명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언론 보도로 공개된 것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오 시장 측도 명씨의 해당 진술들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입장문을 내 “현재 명씨는 ‘그 말썽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오세훈캠프 누구에게 주었다’는 것을 밝히지는 못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이 말 저 말 쏟아내고 있다”며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도 제시한 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거 없는 망상성 주장으로 시정 운영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도 엄중히 물을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명씨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올해 3월에는 무고 혐의로 그를 추가 고소했다.

명씨는 전날과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오 시장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는 전날 “아내와 여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오세훈을 잡으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왔다”면서 “오 시장 관련 수사 꼭지가 한 개가 아니라 20개다. 기소될 사항이 20개인데, 10%도 안 나왔다”고 주장했다. 명씨의 변호인은 명씨가 언급한 ‘씻을 수 없는 상처’에 대해 묻자 “오 시장이 명씨를 고소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앞서 명씨는 검찰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진술을 하거나 사실과 다른 진술 보도를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행태를 보인 바 있다. 그는 검찰에 “(2021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한 뒤 김병민(현 서울시 정무부시장)·김재섭(국민의힘 국회의원) 비대위원을 통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국민의힘에 복당시켰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김 전 위원장과 김 부시장, 김 의원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명씨 측은 오 시장과 후원자 김씨, 명씨가 일명 ‘3자 회동’을 했고, 이 모임이 오 시장과 명씨의 네 번째 만남이라고 진술했다는 보도를 명씨의 변호인이 후원자 김씨에게 “그런 진술한 적 없다”고 시인한 일도 있었다.
오 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선 전 미한연이 오 시장을 위해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하고, 오 시장의 후원자 김씨로부터 비용 3300만원을 대납 받았다는 게 골자다. 오 시장 측은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후원자 김씨가 선거캠프나 이후 서울시에서 어떤 직책도 맡은 적 없고, 김씨가 미한연 전 부소장인 강혜경씨 개인계좌로 돈을 보낸 사실을 몰랐으며, 미한연의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팀은 명씨, 강씨, 김 전 소장,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오 시장 측 인사들을 연달아 소환 조사했다. 후원자 김씨에 대해선 지난 2월 압수수색을 하고 이후 3차례 소환 조사했다. 같은 달 오 시장의 서울시청 집무실과 공관 등도 압수수색했다. 오 시장 소환 조사 정도만 남았단 관측이 나온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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