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한 고위 공무원이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 240여명에게 강력한 이뇨제를 몰래 먹이고 일부러 산책을 제안해 실수하게 만드는 등 변태적 행위를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문화부 인사부장 크리스티앙 네그르는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면접 과정에서 240여명의 여성 지원자에게 이뇨제를 섞은 커피나 체를 제공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네그르가 사무실 책상 밑에서 여성 직원 다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네그르의 컴퓨터에서 '실험'이라는 스프레드시트 파일을 하나 발견했다. 여기에는 네그르가 그간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약물을 먹인 시간, 약물 투여량, 시간에 따른 반응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결국 2019년 네그르는 공직에서 해임됐으며 불법 약물 투약, 성폭행 등 여러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이 약물을 마셨다는 것을 모르고 자신의 실수한 것으로 여겨 트라우마 증상을 보였으며, 자책하며 구직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반면 이런 범죄를 저지른 네그르는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민간 부문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
실비 들레젠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다. 문화부 입사가 꿈이었던 들레젠은 지난 2015년 파리로 면접을 왔다가 이런 피해를 당했다.
들레젠은 “네그르의 안내로 회의실로 갔다. 그가 커피를 건네길래, 면접 상황이라 거절하지 않았다”며 “네그르는 내게 건넬 커피를 들고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온다더니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날씨가 좋다면서 산책하며 면접을 보자고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튈르리 정원을 오랜 시간 걸었다고 한다. 들레젠은 건강상 이유로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한동안 쉬어서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일자리가 간절해 면접에 성실히 임했다.
하지만 얼마 뒤 소변이 급해졌다고 한다. 들레젠은 “걷다 보니 소변이 점점 더 마려웠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이마에는 땀까지 흘렀다. 얼굴이 빨개졌다”며 “휴식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는데 네그르는 계속 걸어갔다”고 진술했다.
결국 들레젠은 육교 인근에 웅크리고 앉아 소변을 봐야했다. 당시 네그르는 재킷을 건네며 “가려주겠다”고 제안했고, 들레젠은 자괴감으로 구직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피해자인 아나이스 드보스는 2011년 당시 20대 나이로 문화부 관리 비서로 지원해 비슷한 피해를 보았다. 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관리자였던 네그르가 면접에서 건네는 커피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드보스 역시 네그르의 커피를 마시고 산책 면접을 보다 소변이 급해졌다고 한다.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자 네그르는 다리 아래 창고 근처를 가리키더니 마치 아이에게 말하듯 '소변 보고 싶어? 저기서 몰래 봐'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네그르의 질문에 이상한 느낌을 받은 드보스는 화장실을 찾다 인근 카페로 향했고, 계단을 오르다 실수를 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정말 몸이 안 좋았고, 기절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세 번째 피해자 에밀리(가명)은 2017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당시 네그르의 행동이 매우 이상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2년 뒤 경찰로부터 연락받았을 때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정말 이상했다. 언론 보도를 접하고 갑자기 모든 게 이해가 됐는데, 동시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충격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를 아예 떠났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프랑스에서 약물에 의한 성범죄인 '화학적 강제 복종(Chemical submission)'이 화두가 된 가운데 알려져 현지 사회를 더욱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 용어는 지난해 이혼한 아내에게 약물을 먹이고 수십 명의 남성을 동원해 아내를 성폭행한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사건 피해자 여러 명을 담당한 루이스 베리오 변호사는 “표면적으로 '성적 환상' 충족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굴욕과 통제를 통한 여성 신체에 대한 권력과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한 6년 전 범행이 밝혀졌음에도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베리오 변호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며 “현 사법 절차는 치유보다는 더 큰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있다. 정의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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