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가전이 유행이라지만, 기능 복잡하고 괜히 비싸기만 한 건 아닐까.’
삼성전자·LG전자는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메세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거대한 쇼룸으로 꾸며진 전시관은 일상생활에 파고든 AI 가전을 얼마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본이나 다름 없었다.
삼성전자 가전에 심어진 AI를 체험할 수 있는 ‘비스포크 AI’ 존이 대표적이다. 시장을 본 뒤 식료품을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넣자 전면부에 탑재된 디스플레이에 자동으로 식자재가 인식·기록돼 보관기한을 알려준다. 터치스크린에는 관련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도 있다. 구체적인 요리법을 확인한 뒤 화면에서 ‘오븐에 전달’ 표시를 누르자 오븐이 바로 예열(200도, 20분)을 시작한다.

반려견이 있는 집 안에선 어떨까.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반려견이 허공에 대고 짖자 로봇청소기가 나와 그 장면을 영상으로 찍고 태블릿에 전송한다. 이 영상을 본 가족 중에 한 명이 반려견과 산책을 나간다면 AI가 산책 코스를 추천해준다. 또 반려견 목에 건 스마트태그를 통해 운동량과 산책 중 마킹(소변으로 영역 표시) 장소를 자동으로 집계해 사용자의 스마트 기기에 저장한다.

LG전자 부스에선 세탁기의 ‘런드리 마스터’ 기능이 눈에 띄었다. 옷을 넣어두면 옷감의 종류, 색상, 오염도에 따라 맞춤형 코스를 추천해준다. 사용자가 평소 자주 사용하는 세탁 방식도 자동 저장돼 일일이 조작을 하지 않아도 버튼 한 번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주요 제품마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삼성과 달리 LG전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AI 허브 ‘LG 씽큐 온’에 실내 AI 기기를 연동하고 통합 제어한다.
LG전자는 유럽향 가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냉장고의 경우 조금의 틈도 없이 벽면과 딱 맞게 배치했지만, 문의 경첩을 안쪽으로 넣은 덕분에 문을 최대 110도 각도로 열 수 있다. 좁은 유럽 가옥에 적합한 디자인이다. 유럽식 아일랜드 식탁에 일체화된 인덕션에는 팬과 필터를 내장해 별도의 천장형 후드가 필요 없도록 만들었다.

한국과 중국은 차세대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IFA에서 처음 선보이는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전시관에서 시연했다. 이 제품은 최대 4.5㎝의 방해물을 넘을 수 있다. 로보락 등 중국 주요 로봇청소기(최대 4㎝) 대비 0.5㎝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성능이다. 또 AI로 투명 액체를 인식해 피해갈 수 있어 로봇청소기가 강아지 소변이나 식초 등 냄새나는 액체를 묻힌 채 온 집안을 헤집고 돌아다닐 일이 없어졌다. 삼성전자는 “섭씨 100도에서 끓인 물로 만든 고온 스팀으로 물걸레 표면 세균을 99.9% 살균한다”고도 강조했다. 연내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LG전자 역시 로봇청소기 신제품으로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 2종을 선보였다. 신제품은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는 물론 사용한 물걸레의 세척과 건조까지 AI가 알아서 한다. 세계 최초로 로봇청소기 본체와 스테이션에 모두 스팀 기능을 적용해 청소 성능과 위생 관리의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중국 드리미는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계단을 오르는 로봇청소기 ‘사이버 X’를 공개했다. 긴 타원형 바퀴를 장착한 이 제품은 최대 25㎝ 높이의 계단을 초당 0.2m 속도로 등반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로보락은 올해 IFA에서 신제품 로봇청소기인 ‘큐레보 커브2 프로’를 공개했다.

이번 IFA는 138개국에서 1800여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21만여명의 참곽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106개 기업이 참가해 참가 규모에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참가한 국가는 중국(691개사)으로 전체 참가 기업의 38%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