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이 제21대 대선 토론회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3년 전인 2022년 제20대 대선 토론회 때와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전 재건’을 선언하고, 유럽 국가들이 ‘탈탈원전’을 선언하며 원자력 발전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탄소 에너지(CFE) 전환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3일 2차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RE100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선진국에서도 원전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을 중심에 두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것만 산다는 원칙을 정했는데, 우리가 못하면 수출을 못하는 것”이라며 “(통상) 현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제조 수출기업의 16.9%가 바이어나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의 주장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CFE 이니셔티브’와도 맞닿아 있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써야 하는 RE100과 달리, CFE는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수소·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CFE 제도화를 추진했고, 지금까지 영국·일본·UAE(아랍에미리트) 등 주요국이 지지 선언을 했다. 이달 6일(현지시간)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참여한 미국 청정에너지구매자연합(CEBA)도 CFE 이니셔티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원전 확대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배로 늘리고, 신규 원자력 발전소 허가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단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스웨덴 의회는 최근 원전 신규 건설 지원법을 통과시켰고, 벨기에·덴마크·이탈리아 등도 원자력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원자력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된 결과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수급하기엔 기술이 부족하고, 원자력 비중만 키우는 것도 위험하다. 어느 정권이든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다양한 에너지원 조합)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