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이 미 해군 군함의 국내 건조 추진에 합의했다. 양국은 14일 공개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이를 문서화했다. 정상 차원에서 이에 뜻을 모은 건 처음으로, 중국의 해양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해군력 강화 기조에 한국이 동참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설명자료 발표 브리핑에서 “(양국은)미국 상선뿐만 아니라 미 해군 함정 건조조차도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조선업이 함께 위대해질 수 있는 발판이 구축된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사실상 미 군함의 국내 건조에 합의했다는 선언이었다.
이와 함께 설명자료는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 항목에서 조선업 협력을 명시했다. “한·미 양국은 조선 분야 실무협의체를 통해 유지·정비·보수, 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력을 포함한 분야에서 협력을 진전시킬 것”이라며 “이런 구상들은 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해,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 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combat-ready U.S. military vessels)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미군 전투함을 건조한다는 직접적 명시는 하지 않으면서도 현재로선 미국 국내법으로 금지돼 있는 한국 내에서의 미국 선박 건조와 미군 전투함 수의 증가를 동일 선상에서 놓고 기대감을 표출한 것이다. 실제 미국 내 열악한 조선 인프라 개선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대한 신속하게’를 명시한 건 한국 내 건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방미 때도 미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를 찾아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지원하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미 군함 건조도 포함된다는 점을 처음 밝혔다.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는 단지 거대한 군함과 최첨단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비전만이 아니다”라며 군함 건조를 전제했다.
이번 설명자료를 통해 양국 간 미 해군의 항공모함·구축함·잠수함 등 전투함 건조 협력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양국 국방 당국 간에는 미 해군력 증강 협력에 대한 교감이 이미 이뤄졌다고 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첫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실무자들은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과 의사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은 상선은 존스법을 통해, 군함은 번스-톨레프슨법을 통해 자국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의회에선 올 초부터 동맹국에 군함 건조를 맡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한·미 정상이 제도 개선에 합의하면서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한국이 직접 관여하는 미군 전투함 건조가 현실화할 경우 이는 안보동맹의 ‘퀀텀 점프’ 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금까지 가시화한 한·미의 조선 협력은 미 해군의 비전투함인 군수지원함의 유지·정비·보수(MRO) 사업 수주 정도였는데, 전투함 건조 협력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어서다.
대중 견제와 맞물린 미국의 해군력 증강 기조를 고려하면 한·미 조선업 협력의 범위가 군함까지 미치는 건 필연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해협 유사시를 가정할 때 미군 전투함의 건조와 유지·정비·보수를 모두 맡는 한국이 곧 후방 지원기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실제 설명자료에는 대중 견제로 해석되는 문안이 다수 포함됐다.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문안이 대표적이다. 북한뿐 아니라 ‘역내 모든 위협’을 명시한 건 사실상 중국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범위가 기존 해석인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대만해협도 직접 거론됐다. “양 정상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입장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확인됐다. 또 “양 정상은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하였으며,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했다”는 문안으로 사실상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의지를 직접 겨냥했다.
이밖에 “양 정상은 항행·상공비행의 자유와 여타 합법적인 해양 이용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모든 국가의 해양 권익 주장은 국제해양법과 합치해야 함을 재확인했다” 등 문안도 포함됐다.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기지화하는 등 중국의 영유권 확대 시도를 염두에 둔 문안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중국 견제용 문안은 대부분 윤석열 정부 때 한·미 정상 차원에서 합의한 것이다. 전 정부의 대중 외교를 비판해온 이재명 정부가 이런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건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에 더 큰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용외교를 표방하는 만큼 ‘거리적 균형’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는 중국의 반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관영 매체 등은 “한국 또는 일본 로고가 부착된 배들이 제3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 작전에 사용될 경우 이는 한국이나 일본에 잠재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군사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직접 하면서 굳이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해 이뤄진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한·중 관계가 이제 개선될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도 중국과 다방면에 걸쳐 갈등하고 대립하지만 또 한편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실사구시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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