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당대표 당선은 당원주권시대를 열망하는 민주당 주인이신 당원들의 승리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한여름 햇살이 내리쬐던 8월 2일 이 말과 함께 당 대표 임기를 시작했다. 초겨울이 다가온 9일. 그는 취임 100일을 넘겼다. 그 100일 동안 ‘정치인’ 정청래의 정치적 지향점은 어디에 찍혀있을까. 정치인의 심리는 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세계일보가 정 대표 취임 후 100일간 공개석상에서 그가 남겼던 2만여자의 발언을 전수 분석한 이유다.

지난 100여일 공개 발언을 종합했을 때 상기되는 정 대표의 이미지는 ‘당원이자 국민을 앞세운 이재명정부의 첫 당대표’다. 당대표 수락연설문부터 지난 11일 전국지역위원장 워크숍 마무리 발언까지 총 80개 회의 및 공개석상에서의 발언을 살펴보면, 정 대표는 이재명정부 첫 여당 대표로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고 개혁과제를 적극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꾸준히 노출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악수도 사람하고도 하는 것”(8월 5일 김어준 유투브 방송 발언)이라는 말처럼 ‘내란’, ‘계엄’ 등 대야 강경 노선을 엿보게하는 발언의 빈도도 높았다. 전임 정부가 파면되고 선출된 새 대통령이 내란세력 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은 만큼, 여당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선명성을 부각한다는 분석이다.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 ‘이재명’ ‘내란’
지난 재임 기간 동안 정 대표가 빈번하게 언급한 단어는 ‘국민’(684회)이다. 그 뒤를 ‘이재명’(365회)과 ‘내란’(337회) ‘정부’(321회)가 이었다. 국민에는 ‘국민의힘’(110회)을 제외하고 국민경제, 국민주권, 국민적 분노 등 각종 파생 표현도 포함된다. 이재명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추켜세우거나 이재명정부 성공을 기원하는 맥락에서 주로 쓰였다. ‘개혁’(263회) ‘당원’(213회) ‘민주당’(204회) 등 단어도 사용 빈도가 높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과 이재명을 으레 하는 말로 보고 실질적 1위는 내란이라 봤다. 정 대표 역시 국민을 언급한 첫 문장이 수락연설문을 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었다. 윤 실장은 “전임 대통령들도 국민을 언급하는 정치적 표현이 많다”며 “이재명도 여당 대표라 많을 수밖에 없고 사실상 내란이 1위여야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정치학)는 “국민-이재명-내란은 정 대표에게 삼위일체처럼 한 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번 대선이 계엄과 탄핵으로 시작된 선거라 국민의 뜻이라고 명분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고, 정 대표는 이 뜻을 ‘이재명정부 성공과 내란세력 척결’로 해석한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발은 국민 명령으로 나라 명운을 살리는 것이며 이를 막으면 내란 세력이라 세 키워드는 일관되게 연결된다”고 말했다.
9월로 들어서면서는 내란과 계엄(109회) 언급 빈도가 증가함과 동시에 ‘사법’(172회) ‘대법원’(78회) ‘조희대’(68회)가 급증했다. 이 시기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중심에 두고 사법 정상화, 사법 쿠데타, 사법부 책임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다가 당과 대통령실 간 엇박자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등 외교 성과를 기점으로 대통령 관련 정치적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정치외교학)는 “사법개혁 문제가 조 대법원장 한 명을 쫓아내는 것처럼 기착되면서 정치보복 논란을 낳았다”며 “잠깐 민심이 돌아서니까 대통령실에서 메시지 관리에 나섰고 정 대표도 따라가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자기 세력 담을 ‘그릇 만들기’ 시간”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목표로 정 대표는 중도층을 포섭할 민생·경제·청년 등 정책 관련 발언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당원주권과 개혁을 강조하는 정 대표가 얼마나 세를 불릴 수 있을지는 자신에게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민주당이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을 연내 완수하겠다고 강조하는 만큼 개혁 관련 발언량이나 강도는 연말 내지는 내년 초까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평론가는 “이 대통령은 현재 국정이 중요하고 정 대표는 지선과 다음 대선이 중요해 서로 포지셔닝이 다르다”며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 좋아하는 개혁 발언을 이 대통령보다 세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평론가는 “앞으로 지선 국면에서 중도층을 안기 위해 경제단체, 종교단체 등을 만나 온건한 이미지를 보이면서도 개혁 발언 비중을 줄이되 강도는 낮추지 않는 투트랙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의 센 발언은 정 대표가 위치한 당내 역학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 대표는 당내 의원 지지보다 당원 지지를 등에 업고 민주당 수장 자리에 올랐다. 박 교수는 이런 상황을 그가 당내 ‘지분’이 없다고 표현했다. 박 교수는 “정 대표는 당내 조직, 계파가 약한 당대표 중 하나”라며 “정 대표 말이 무게를 가지려면 당연히 당원이 요구하는 데 충성해야 명분이 선다”고 말했다. 딩원주권주의를 내세우는 정 대표는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에서 ‘1당원 1투표제’를 도입하려 하는데 19일부터 전당원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중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맞상대였던 박찬대 후보와의 대결에서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66.48% 대 33.52%로 앞섰지만, 대의원 투표에서는 46.91%대 53.09%로 뒤쳐졌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의 정 대표 발언을 내년 중도확장성을 표방하기 전 자신의 지지세를 다지는 ‘그릇 만들기’라고 빗댔다. 정 대표가 공개발언에서 이재명을 수백번 말하고 당·정·대 원팀 원보이스를 강조해도 ‘정청래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 또한 같은 이유다. 박 교수는 “대통령과 갈등도 자기 기반이 약하고 당 장악력이 약한 측면에서 나타난다고 본다”고 평했다. 차 교수는 “정청래란 정치인의 말이 지지층에게 꼭 필요하다는 명분이 서있지만 자기 말로 정치적 고난을 자초한 경우도 많다”며 “이를 체득한 현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을 앞서가는 자신의 메시지를 관리하려고 조절한 결과가 이재명, 국민 같은 키워드의 증가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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