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SG'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새 부대'에 담긴 토스증권에 부쳐

2024-10-13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토스증권이 지난 10일 김규빈 제품총괄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김승연 체제'를 마감했다.

토스증권은 주주총회를 통해 김규빈 제품총괄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며, 이는 김승연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힌 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은 물론 리테일 부문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토스증권 사령탑 김승연 대표가 교체된 것은 매우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승연 대표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데다, 취임 1년만에 토스증권을 흑자로 올려놓은 공로가 있는 그가 교체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회사 측은 김 전 대표가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서둘러 김규빈 대표를 선임한 것은 절차 상에도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2월 같은 계열 토스뱅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은미 대표를 선임했다. 토스뱅크의 산파 역할을 했고, 지난 23년 하반기에는 흑자전환을 이뤄낸 전임 홍민택 대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사임을 선택했다. 내부 사정이야 어쨌든 절차 상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

이런 대조적인 양 CEO의 퇴진 양상에 토스 직원들은 술렁이는 모양새다.

이를 방증하듯 회사 측은 당일 대표 교체를 사내 메신저로 공지했다.

토스 구성원들은 "사내 메신저에 김승연 대표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한다는 내용이 떴길래 깜짝 놀랐다. 게다가 김 대표 개인 계정이 아닌 회사 아이디로 별안간에 이 소식을 접했기에 더욱 (개인적인 사유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직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던 김 대표가 사임하며 작별 인사도 한 마디 없이 떠날 줄은 몰랐다"며 황망해 했다.

한 토스증권 직원은 "김승연 대표는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좋고 신뢰도 많이 받았다"며 "이번 갑작스런 대표 교체로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이번 교체가 이승건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전격적인 결정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금융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한 축을 이끈 이 대표의 결단과 행동력은 때로는 '독선'으로 읽히기도 했다.

이승건 대표를 지켜본 몇몇 인사들은 "(이 대표는) 자아가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라며 "때로는 자아가 강하다 못해 비대(肥大)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그런 점이 그의 강점이자 아쉬운 점"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또다른 토스 직원은 "이번 (김승연 대표) 교체가 'SG'의 결정이 아니고서 무엇이겠느냐, SG에게 밉보인 김 대표가 억지로 물러난 것이 아니고서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른 직원들이 김 대표가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SG가 무슨 조치라도 한 것 아니냐"며 추측성 발언을 내놨다.

'SG'는 토스 구성원이 이승건 대표를 부르는 약어이다. 별칭 'SG'가 그가 고안해 낸 것인지 아니면 회사의 아이디어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거물급 정치인이 아닌 기업 CEO를 이니셜로 부르는 예는 흔치 않다는 것을 말해둔다.

앞서 지난 8월 이승건 대표는 본인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에서 약 730억원을 대출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물의를 빚었다. 해당 가상자산 거래소는 지난해 파산한 상황으로, 이 대표는 현재는 국내 한 증권사에서 신규 대출을 받아 미국에서 받은 대출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내년 초로 예정된 토스 상장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토스 측은 "이 대표의 대출은 전문 투자사인 맥로린(Maclaurin)으로부터 실행한 것으로 FTX거래소 대출이 아니"라며 IPO(기업공개)와의 연관성도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차명법인 설립 의혹까지 불거졌던 'SG' 이승건 대표가 어떤 결정을 했고, 그가 토스증권 대표 교체를 실질적으로 지시했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교체와 관련해 다수의 매체가 갑작스러운 교체 이유 보다는 증권사 대표로 파격적인 89년생으로 35세인 김규빈 신임 대표의 파격적인 나이와 IT 전문가라는 점에 주목해 보도했다.

80년 생인 김승연 대표보다 '젊은 피'로 토스증권이라는 술을 '새 부대'에 넣을 인물이 김규빈 대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의 앞에는 여러 시험대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토스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투자를 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토스증권) 대표 바꿔봤자 어차피 총알받이 아니냐"며 "새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 안 한다"며 날선 비판을 내놨다.

물론 김규빈호의 출범을 무조건 비판만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김승연 대표 교체의 뒤에 'SG'가 있다는 것도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기업 대표가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갈리는 사태는 누가 뭐라해도 대내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증권가는 물론 구성원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석연찮은 인사에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토스증권을 궤도에 올려놨던 김승연 전임 대표는 'SG' 이승건 토스 대표에게 한때나마 한 배를 탔던 '희미한 옛사랑'일까. 또 토스증권을 '세 부대'에 담을 김규빈 대표는 '옛사랑의 그림자'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주목해 본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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