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 후폭풍에 삼성SDI 공급망도 흔들…재편 움직임 시작

2025-08-17

삼성SDI 배터리 장비 공급망이 금양발(發) 리스크에 재편된다. 기존 활성화 공정 장비 협력사인 갑진이 금양 여파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삼성SDI의 공급사 재구성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양 후폭풍이 거세진다면 공급망 재편 폭도 함께 커질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활성화 장비사 갑진은 삼성SDI 공급망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안정적인 설비 제작과 납품을 담보하기 어려워져서다. 갑진은 유동성 악화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에 지난 4월 법원에 회생개시절차를 신청했다.

갑진 법정관리는 금양의 사업 부진 영향이다. 갑진은 금양 매출채권 576억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금양 자금난으로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자 34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지난해 갑진 매출의 30%에 달하는 대규모 금액으로, 이 여파로 회생 절차에 내몰렸다.

갑진이 공급망에서 제외되면 삼성SDI는 신규 업체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비 수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삼성SDI는 활성화 공정에 갑진 이외 원익피앤이, 중국 항커커지 장비를 쓰고 있다. 활성화 공정은 충·방전을 반복해 배터리에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배터리 제조 필수 공정이다.

신규 공급망에는 엔시스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엔시스는 배터리 검사 장비 전문 업체로, 최근 갑진 인력을 채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엔시스가 갑진 활성화 공정 장비 전문 인력을 흡수, 갑진 빈자리에 진입을 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엔시스는 갑진 2대 주주로, 양사는 기존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갑진의 법정관리행으로 2대 주주인 엔시스도 투자금 손실이 예상되나, 삼성SDI에 검사에 이어 활성화 장비 공급까지 나서 손해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다만 엔시스가 양산 경험이 없는 만큼 삼성SDI 공급망 진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삼성SDI가 원익피앤이와 항커커지로부터 물량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공급망 재편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SDI 협력사 중 금양 미수금이 많아 손실을 입은 업체가 더 있어서다. 일부 전극 공정 분야 장비사는 금양으로부터 수백억원의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양의 위기는 단일 기업의 존속 여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향이 이차전지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다수 배터리 기업이 업계에 미칠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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