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정부를 향해 “안보 위기 앞에서도 놀라울 만큼 조용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이른 아침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논의가 이뤄지고 외교·안보 부처들이 분주히 움직였을 것”이라며 “토요일 아침의 대한민국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이 장면을 어떻게 지켜봤을지 궁금하다”며 “혹시 팝콘을 들고 ‘북한은 이런 건 참 잘한다 좀 배워야겠다’며 가볍게 넘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꼬았다.
최 대변인은 이어 “지금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안보의식이 희미해졌고 그 틈을 타 굴종적 평화론이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며 “북한이 전쟁에 직접 참전해 러시아로부터 전략무기 기술을 지원받았고, 이를 통해 대륙 간 미사일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20형’은 기존 ICBM보다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를 통해 실질적 핵전력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 간 대북 대응 기조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최 대변인은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전략적 침묵과 정교한 메시지 관리”라며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대통령실 정책실장,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반미 프레임을 노골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자초하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동맹이 흔들리면 외교는 설 자리를 잃는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미동맹이 견고하지 않으면 중국·일본·북한 모두 대한민국을 영향력 있는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며 “이제 ‘동맹파’니 ‘자주파’니 하는 이념 놀음식 소꿉장난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을 향해 “국가가 국제 정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대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내치에서의 실수는 선거에서 지면 그만이지만, 외교에서의 실수는 국민 모두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