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제69조에 있는 대통령 취임 선서문이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나는’으로 시작하는 이 선서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당연히 이 선서문을 낭독했다.
‘나는’은 선서의 주체를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드러낸다. 문장 전체를 투명하고 진솔해 보이게 한다. 그래서 더욱 선서문에 ‘나는’을 넣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은 사적인 자리에선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인다. 권위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나는’ 대신 ‘본인은’이라고 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공적인 자리에서 주로 쓰이는 ‘본인’은 지나치게 격식을 갖춘 느낌을 준다.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권위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국회의원도 국회법에 따라 다음처럼 ‘나는’으로 시작하는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회의원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 가운데는 국회에서 자신을 가리킬 때 ‘본 의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꽤 있다. 공적인 공간에서 보다 격식을 갖추려는 뜻이겠다.
학생들은 언제나 ‘우리 학교’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교는’이라고 말하는 선생님도 있다. 괜한 엄격함이 느껴진다. 논문에선 ‘본고는’ ‘본 연구는’이 대세다. 역시 격식 있는 문체를 위해서다. ‘이 글은’ ‘이 연구는’이 더 친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