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 18일. 다시 한번 구글이 대한민국의 고정밀 지도를 해외로 가져가겠다고 반출을 요구한 날이다.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고, 우리나라는 탄핵 정국에 의해 대대행이라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을 때였다. 2007년, 2016년에 이어 세번째 요구인데, 상황이 절묘했다.
우리 정부는 과거 두 차례 반출 불허를 결정했으며,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라는 조건을 걸었다.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반출 허가를 위해 최소한의 조건을 달아준 것이었다. 이 조건을 받지 않은 것은 구글이었다. 9년이 지난 지금, 반출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무엇이 달라졌을까.
안보와 관련된 위험이 줄었거나, 지도에 들어간 보안 데이터의 중요성이 떨어졌다면 반출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 안보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을 얻어내기 위한 통상 카드가 될 수는 있겠다. 그럴 경우, 득실은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 그도 아니라면, 우리의 중대한 보안 정보를 맡길만큼 동지 또는 우군이 되었다고 믿을 수준이 되어야 한다.
3가지 조건은 9년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지난 해 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1950년 이후 한반도 전쟁 위험이 가장 높아졌다고 진단했을 만큼 전쟁의 위험은 높아졌다. 고정밀 공간 정보의 중요성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조건은 어떤가.
구글은 지난 2월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면서 지난 번과 다른 조치들을 약속했다. 우려 사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핫라인 구축과 임원급의 책임자 지정이었다. 반출 후 만드는 핫라인과 책임자가 과연 제 역할을까 물음표가 생긴다.
지도 반출에 대해 지도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카카오·티맵 등의 기업은 물론 공간정보기업들의 거센 반대가 이어졌다. 구글 API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는 스타트업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설명회 한번 하지 않았다. 산업계와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할 언론의 질문에도 거의 답하지 않고 있다. 구글의 한국 법인 구글코리아는 본사에서 하는 일이라는 말로 직접적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
지도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이슈에 대해 소통이 잘 되지 않았던 구글이 향후에 핫라인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영어 'Attitude is Everything'은 유명한 어구다. 직역하면 '태도는 모든 것' 한국어로 풀어쓰면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이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핫라인'이나 '한국 정부와의 연락 채널을 원활하게'와 같은 애매한 표현은 미사여구로만 들릴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4일 국외 반출 결정을 유보하고 처리기간을 60일 연장하기로 했다. 8월 11일까지 구글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60일은 충분하지 않지만, 수많은 정보와 안보 데이터까지 담고 있는 고정밀 지도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태도도 보여야 할 것이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