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일 내 만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는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푸틴, 연말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의 회동에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는 CNN 기사 링크를 올렸다. 지난 19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잠재적인 대화에 준비돼 있다. 언제든 (트럼프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발언을 정리한 보도였다. 트럼프가 이 보도물을 일주일 지난 시점에 SNS에 게시하자 푸틴과의 조기 회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주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 연설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내가 빨리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빨리 나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일(만남)을 기다려야 하지만 우리는 그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푸틴이 19일 회견에서 자신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데 대한 화답성 메시지로 풀이됐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행사를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직후에도 종전 협상론을 폈다. 이튿날 트럼프는 SNS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통해 이 광기를 멈추고 싶어한다”며 “즉각 휴전을 위한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 나는 블라디미르를 잘 안다. 지금은 그가 행동할 때”라고 했다. 트럼프가 푸틴에게 휴전 협상을 압박(8일)한 데 이어 “트럼프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푸틴의 발언(19일)이 나오고, 이 발언을 트럼프가 ‘소환’(26일)하는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켈로그 지명자가 다음달 초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를 방문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최근 나왔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켈로그의 유럽행 일정에 러시아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와 푸틴의 조기 회동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도 굳이 선을 긋지는 않는 스탠스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여러 국가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명분으로 한 트럼프와 푸틴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일부 영토 포기를 전제로 종전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이 이뤄지려면 러시아의 재침략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자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