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홈쇼핑·백화점이 찜했다…'6조' 된 건강기능식품 시장

2024-10-20

고령 인구가 늘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유통·식품·뷰티·제약업계 등 다양한 업종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국내 건기식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현재 6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K푸드 바람을 탄 해외 수출이 늘고 있어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떠올랐다.

건기식으로 한판 붙자

최근 유통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등장하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2일 합작법인 ‘디에이션 헬스’의 첫 제품 ‘덴마크 단백질이야기’를 선보이며 건기식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55세 이상 롯데홈쇼핑 고객의 건기식 주문액이 2019년 대비 약 70% 증가하는 등 관련 매출이 늘자 건기식 기업 에이치피오와 손잡고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다.

덴마크 단백질 이야기는 출시 첫날 롯데홈쇼핑의 간판 프로그램인 ‘최유라쇼’에서 3000세트가 완판되며 주문금액 1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건기식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단백질바, 음료 등으로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롯데그룹 계열사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20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일찌감치 건기식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찜했다. 화장품, 의약품, 건기식 등의 원료를 제조하는 현대바이오랜드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1위 식품기업 네슬레의 건기식을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 ‘현대웰니스몰’을 열고 프리미엄 뉴질랜드 꿀 브랜드 에그몬트의 마누카 꿀과 미국 비타민 전문 브랜드 솔가의 제품을 국내에 단독 유통하고 있다.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국내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자체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건강식품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제약기업도 눈독

식품 기업들은 제조공정의 유사성을 앞세워 건기식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농심, CJ제일제당, 빙그레, hy(한국야쿠르트), 풀무원 등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기식을 신사업으로 택하고 있다.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달라진 내수 시장의 인구 구조를 감안해 소비 연령을 고령층으로 확대하려는 목적이다. 2018년 성인 영양식·단백질 브랜드 셀렉스를 선보인 매일유업의 경우 2022년부터 셀렉스 매출이 영유아 분유 매출을 넘어섰다.

제약업계도 건기식 전문 자회사를 세워 사업을 확장 중이다.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신약 개발에 비해 건기식은 적은 비용으도 시장 저변을 빠르게 넓혀 수익화할 수 있는 효자 사업으로 꼽힌다. 종근당홀딩스(자회사 종근당건강), 유한양행(자회사 유한건강생활) 등은 유산균 제품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고, 광동제약도 지난해 12월 건기식 업체 비엘헬스케어(현 광동헬스바이오)를 인수하며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한미사이언스도 올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중심이던 건기식 판매 채널을 올리브영,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해외로 눈 돌리는 건기식

건기식 브랜드의 급증에는 최근 이 시장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 영향도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건강식품 생산에 쓰이는 원부자재 가격이 낮아졌고 제조 관련 각종 규제가 완화됐다”며 “주문자 위탁생산(OEM) 방식이 확산하면서 직접 제조설비를 두지 않고도 제품을 개발·생산하기 쉬워졌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성장 속도는 둔화하는 추세로 접어 들었다.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1년 5조69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지만 2022년(6조1498억원) 8.1%, 2023년(6조2022억원) 0.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 폭은 줄고 있다.

일찍 시장에 안착한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화장품 제조사 개발생산(ODM)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콜마비앤에이치, 코스맥스엔비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이들 업체는 건기식만으로 각각 1000억원 안팎의 수출을 거뒀다.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이 주요 수출국이다. 올해도 상반기 수출액만 코스맥스엔비티 916억원, 콜마비앤에이치 581억원을 기록해 연간 기준으론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건기식협회 관계자는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 건기식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라며 “K푸드 열풍을 기회 삼아 해외 신규 시장 개척에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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