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클래식 선율 어우러진 '잔잔한 감동'

2024-09-27

“별빛 찬란하게 빛나는 밤 당신의 팔레트를 파랑색과 회색으로 칠하세요.”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27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홀에서 진행된 ‘M 마티네 시리즈’. 가수 돈 맥클린의 ‘빈센트’가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흘러나오자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객석을 채운 150여명의 관객들이 자동 반사처럼 가사를 읖조리며 흥얼거렸다. 이윽고 빈센트 반 고흐의 역작으로 꼽히는 ‘별이 빛나는 밤에’가 무대 위 화면을 채웠다. 이 곡은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모티프로 삼아 작곡된 곡이다. 마포문화재단과 서울경제신문 미술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마련한 ‘도슨트와 함께하는 전람회 속 멜로디’ 시리즈의 첫 공연이 열린 이날은 고흐 삶의 중심이 된 작품들을 음악과 함께 감상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도슨트로 나선 조상인 백상경제연구원 미술정책연구소장은 90분 남짓한 시간 동안 37살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고흐의 파란만장한 삶으로 관객들을 이끌었다. 조 소장은 고흐의 자화상을 두고 ‘강아지 눈을 한 눈이 순수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자화상에 담긴 그의 눈에는 아래 장남으로 태어나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결코 채워지지 않아 늘 애정에 목말라 했던 고흐의 열망이 담겨 있었다.

그에게 애정의 욕구를 채워준 건 동생 테오 반 고흐였다. 구필 화랑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일을 할 때 형의 재능을 알아보고 미술을 하라고 권유하는가 하면 아들이 태어났을 때 형의 이름을 따서 빈센트로 이름 붙였다. 그런 테오와 아이를 위해 정신병원을 오가는 와중에서도 유난히 명료하고 아름다운 ‘꽃 피는 아몬드 나무’라는 작품을 남겼다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이 눈물을 훔쳤다. 조 소장은 “고흐의 삶에 명암이 많았지만 고흐의 마지막을 이 자화상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1889년의 자화상을 화면에 띄웠다. 트리니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경미 바이올리니스트와 이종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박해미 플루티스트와 윤성연 첼리스트와 더불어 한승희 하피스트가 합류한 차이콥스키의 ‘꽃의 왈츠’는 고흐의 인생을 함께 곱씹어 볼 수 있는 여운을 느끼게 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 하프와 피아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이날의 여운을 담았다. 이날 고흐편에 이어 다음달 4일에는 이중섭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조 소장은 “고흐와 이중섭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고흐는 동생과 주고받은 600여통의 편지가 있고 이중섭은 가족들과 주고 받은 수 많은 그림 엽서가 있다”며 “저마다 40 남짓한 짧은 생을 산 것과 더불어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는 “유난히 더운 여름을 보낸 만큼 가을의 문턱에서 ‘마티네 시리즈’로 지친 몸과 마음을 낭만적인 클래식 선율로 달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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