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첫 대규모 병력 해외 상시 주둔
나토의 동부 동맹국 국경 보호 전략의 일환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독일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에 최대 병력 5000명 규모의 여단급 부대를 창설했다. 이 여단에는 전차 대대와 기계화 대대 등이 포함된다.
독일은 지난 2017년부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부 국경 보호 전략에 따라 리투아니아에 대대급 병력을 파견했는데, 이번에 부대 규모를 대폭 키운 것이다.
독일이 대규모 병력을 해외에 상주 배치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과 리투아니아 정부는 이날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리투아니아 기갑여단' 창설식을 열었다. 독일 연방군 10기갑사단 예하 45기갑여단을 모체로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과 함께 창설식에 참석해 "발트해 동맹국의 안보는 곧 우리(독일)의 안보"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러시아의 공격적인 수정주의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체 유럽 대륙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굳건하게 지지하는 한편 유럽 전체로도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독일군 배치는 나토 동맹과 그 안에서의 독일의 역할에 있어 역사적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오늘은 책임과 행동의 날"이라며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단결돼 있고 준비돼 있으며 결의에 차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즉각 포괄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을 타결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분쇄하기 위해 모든 동맹국이 강력한 제재를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투아니아 국방비는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5%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토는 지난 2016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동부 국경 지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폴란드에 1000명 규모의 대대급 다국적 전투단을 주둔시키기로 결정했다.
에스토니아에는 영국군 800명이 파병됐고, 라트비아에는 캐나다군 450명을 중심으로 이탈리아군 140명이 추가됐다. 리투아니아에는 독일군 600명을 주축으로 네덜란드·벨기에·크로아티아·룩셈부르크 병력이 합류했고, 폴란드에는 미군 900명이 배치됐다.
나토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 침공 이후 다국적 전투단 배치 국가를 불가리아와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으로 넓혀 총 8개국으로 하고, 전투단 규모는 대대급에서 여단급으로 키우기로 했다.
독일과 리투아니아는 2023년 12월 여단급 부대 격상에 합의했다.
리투아니아에 편성된 독일군 여단은 최종적으로 5000명의 병력과 2000대의 차량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화 대대와 전차 대대, 다국적 전투단과 협력할 추가 전투 및 지원 부대들이 포함된다.
현재 선발대로 400명 정도가 주둔하고 있는 병력 규모는 내년에 2000명, 완전한 작전 능력을 갖추게 될 2027년에는 5000명이 될 전망이다.
주둔지는 리투아니아 남동부 루드닌카이로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 국경에서 불과 20㎞ 떨어진 곳이다.
한편 리투아니아에는 유럽 다국적군 이외에도 미군 1000명이 '대서양 결의 작전'의 일환으로 주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