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만으론 못사는 시대…'평생 현역' 도와야죠"

2024-12-11

“근 30년을 대학에서 보냈는데 이제는 사회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 봉사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한용진(65)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생 2막’의 무대로 진흥원장직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진흥원은 서울 시민의 평생 학습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2015년 설립됐다. 한 원장은 9월 말 3년 임기의 진흥원장에 선임됐다.

그는 국내 평생교육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정년을 맞기까지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고려대 평생교육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대학에서 평생교육원 관련 업무를 맡을 때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경제가 좋지 않았어요. 평생교육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였지요.”

한 원장이 1996년부터 약 5년간 고려대 사회교육원(현 평생교육원)에서 부원장급 직책을 맡을 때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쳤다. 그는 당시 급증한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벌였다. 2008년 고려대 평생교육원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직한 이들을 위해 보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가 진흥원장을 맡은 지금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원장은 “내년 ‘도널드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우리나라는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와 마주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평생교육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고 내다봤다.

내년으로 다가온 초고령사회 진입도 큰 화두다. 국민 수명이 연장되고 ‘평생 현역’을 꿈꾸는 시니어들이 증가하면서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원장은 “초고령사회에서 연금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인문 교양 외에도 직업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평생교육이 나서야 하는 시기에 마침 진흥원장을 맡아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사회가 평생교육에 요구하는 역할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성인에게 진로 교육을 허용하는 내용의 평생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성인도 대학이나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심리 검사, 상담, 정보 제공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 시민의 생애 전반에 걸친 평생교육을 책임지는 진흥원 역시 그에 발맞춘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원장도 이러한 분위기를 가늠한 듯 취임사에서 “변화하는 시민을 위해 체계적 교육 플랫폼을 형성해 서울형 평생 학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진흥원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진흥원의 최근 프로그램을 보면 사회 변화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고 준비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10대 청소년이나 2030세대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부터 중장년을 위한 ‘인생디자인학교’, 70대를 위한 ‘7학년 교실’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각 생애전환기별로 필요한 역량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대상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원장은 진흥원의 외연을 넓히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더 많은 시민들이 진흥원 교육장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 대학·기업·문화시설 등 여러 장소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장년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미래를 개척하는 힘을 얻는 ‘인생디자인학교’는 다른 도시·국가 등으로 확산시킬 생각도 갖고 있다. 한 원장은 “우리는 그동안 추적자로서 선진국의 프로그램을 좇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선도자로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교육의 본질을 지키는 일 역시 한 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할이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는데 교육의 기본적인 역할이 약자와의 동행”이라며 “21세기 교육의 중심축이 학교교육에서 평생교육으로 옮겨지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격차 해소와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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