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中보다 동맹이 美 더 착취했다는 "환급" 호소인

2025-11-1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극한 갈등을 겪는 중국의 편을 들면서 “중국보다 동맹국들이 무역으로 우리를 더 이용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달 말 아시아 순방에서 각국의 관세를 깎는 조건으로 일본, 한국 등에는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를 강요하고 중국에는 합성 마약인 펜타닐 물질 단속만 요청한 이유가 해당 발언으로 재확인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적법 여부를 심리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에도 연일 관세 환급 가능성만 거론하고 있다. 재판부는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제대로 갖춰졌는가를 따지고 있는데, 재판에서 동맹국에서 뜯어낸 관세를 돌려주기 아깝다는 논리로만 일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투자 약속을 재판부를 향한 이른바 ‘공포 마케팅’ 재로로 활용하는 까닭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한미 무역 합의 팩트시트(자료집)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 문제 걸린 중국의 ‘일본 총리 참수’ 발언에도…트럼프 “동맹이 미국을 더 이용”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한 중국 외교관의 참수 발언을 두고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중국보다 동맹국들이 무역에서 우리를 더 이용했다”고 답했다. 미국에 안보 지원을 받으면서 무역 흑자를 누린 일본에 더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관세 덕분에 미국이 거대한 강력함을 갖췄다”며 “그들은 많은 미사일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도 많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하원)에서 대만이 위기 몰린 상황과 관련해 “중국이 전함을 사용해 무력을 행사한다면 ‘존립위기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위기사태는 2015년 통과한 ‘안보관련법’에서 신설된 개념으로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가 공격을 받는 상황을 말한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는 ‘무력공격사태’가 아니더라도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직 일본 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에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일본 오사카 주재 쉐젠 중국 총영사가 X(옛 트위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에게 달려드는 그 더러운 목을 베지 않을 수 없다. 준비됐나”라는 글을 올려 충격을 줬다. 일본 주재 대사가 현지 총리를 참수하겠다는 글을 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도 “단지 중국을 제압하는 것보다 그들과 협력함으로써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낮추는 대신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희토류 수출 제한 유예, 대두 수입 재개 등의 시한부 약속을 받아냈다. 집권 1기 때인 2019년 미국산 상품·서비스의 연간 수입액을 2년 동안 2000억 달러(약 292조 원) 이상 늘리라는 식의 실익은 없었다. 이는 각각 3500억 달러(약 501조 원), 5500억 달러(약 787조 원), 6000억 달러(약 858조 원)어치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한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보다도 중국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돌아온 31일에도 “중국 정부의 펜타닐 단속을 보는 대로 나머지 관세 10%도 없앨 것”이라며 대중국 관세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관세 불법 판결 시 환급 비용 3조 달러 이상”…동맹 투자 비용만 거론하며 ‘공포 마케팅’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인 인식은 40대였던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부터 방송·광고를 통해 동맹국들이 공짜 보호, 무역흑자를 누리면서 미국을 이용만 한다며 관세가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 안보 우산을 제공한 대가로 어떻게 냉전을 종식하고 패권국이 됐는지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투다.

최근 연방대법원이 심리하는 상호관세 관련 재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동맹국에서 이미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한 액수를 강조하는 발언을 쉬지 않고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관세에 대한 부정적인 판결이 나올 경우 이미 이루어진 투자와 앞으로 이뤄질 투자, 자금 반환 등을 포함한 환급(unwind) 비용은 총 3조 달러(약 4391조원)를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규모의 투자 손실은 결코 만회할 수 없을 것이고 미국의 미래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극복할 수 없는 국가 안보 사건이 될 것”이라며 “대법원에 잘못된 수치가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잘못된 수치’는 불과 10시간 전 트루스소셜에서 거론한 2조 달러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우리가 관세 수입·투자에서 환급(pay back)해야 할 실제 금액은 2조 달러(약 2913조 원)가 넘을 것”이라며 “그 자체로 국가 안보에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 반대하는 자들은 대법원이 무정부주의자들과 폭도들이 밀어넣은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일을 쉽다고 여기게끔 낮은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에도 관세 수입을 활용해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최소 2000달러의 배당금이 지급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재판과 관련해 피해 액수를 언급한 것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 대다수가 동맹을 통한 확보하는 금액이다. 한국의 3500억 달러를 수 차례 ‘선불(upfront)’로 표현한 것도 항상 소송에 대한 발언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에도 백악관에서 대법원 소송과 관련한 관세 성과를 열거하면서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 달러에 합의했고 두 나라 모두 서명했다”고 말했다. 한미 협상은 마무리되지도 않았고, 일본의 대미 투자금 규모는 5500억 달러인데 성과를 부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6일에도 백악관에서 “이번 재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며 “우리가 진다면 파괴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관세 덕분에 EU는 9500억 달러, 일본에서 6500억 달러, 한국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합의를 성사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안은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같은 날 폭스뉴스에서 정부가 패소할 경우를 가정해 “특정 원고들은 관세를 환급받을 것”이라며 환급 액수에 대해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는 넘고 2000억 달러(약 290조 원)보다는 작거나 그 언저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치 부풀려 ‘영끌’…대법에서는 IEEPA 근거 적법성이 중요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 패소시 환급 비용을 3조 원 이상으로 계산한 것은 현재까지 들어온 관세 수입과 동맹들이 약속한 모든 투자 액수를 다 더하고, 여기에 부가 효과까지 얹힌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계산대로라면 EU 9500억 달러, 일본 6500억 달러, 한국 3500억 달러만 더해도 1조 9500억 달러가 된다. 실제 각국이 이해하는 합의 내용과 별개로 말이다. 만약 한국의 투자 액수를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게시한대로 6000억 달러로 산정하면 총액은 2조 2000억 달러로 불게 된다.

현재 미국은 인도, 스위스 등 다른 나라와도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무역 협상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주인도 대사 취임선서식을 갖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며 현재 50%에 달하는 관세율을 인하하는 무역협정 체결이 임박했다고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같은 날 미국이 스위스에 대해서도 관세율을 현행 39%에서 15%로 낮추는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관세 수입까지 더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경제가 지난달 의회예산국(CBO)이 공개한 예산 보고서를 분석한 데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 1일~2025년 9월 30일)에 총 1950억 달러(약 279조 원)어치의 관세를 걷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 1일~2024년 9월 30일)보다 1180억 달러(약 169조 원) 더 많은 수입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5일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매겼고, 국가별 상호관세는 8월 7일부터 발효된 점을 감안하면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9월 30일)에는 관세 수입이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것 저것 모두 더해 관세 효과를 최대치로 잡아 3조 달러 이상의 액수를 뽑아냈을 공산이 크다.

문제는 대법원이 주목하는 쟁점은 단순히 관세 환급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5일 워싱턴DC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첫 변론에서도 쟁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여부에 집중됐다. CNN에 따르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조차 “세금 부과 권한은 언제나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유사한 법률에 따라 관세를 부과한 것을 과거 하급심 법원이 허용한 선례가 있다”며 “이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비상사태에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임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원고 측 변호인에게 관세 환급에 대해 질의하면서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소송에서 이기면 추가 청구서, 지면 품목 관세 상향 우려…재정적자 속 기대할 건 레임덕뿐

해당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를 국가 안보·경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IEEPA에 근거해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와인 수입 업체 등 관세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5곳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4월 14일 국제무역법원(USCIT)에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오리건주를 비롯한 12개 주까지 법적 분쟁에 가세했다. 1977년 제정된 후 주로 적성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이용되던 IEEPA에 무역수지나 제조업 경쟁력, 마약 밀반입 등의 이유를 갖다 붙여 관세를 매긴 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1심 격인 국제무역법원은 5월 28일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항소법원도 8월 29일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만 부여할 뿐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주지는 않는다”며 원고 승소를 결정했다. 미국에서 기업들은 정부에 낸 관세가 불법이거나 실수라고 생각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대법원이 위헌 판단을 내리면 이를 돌려받을 수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관세 부담이 큰 기업들을 접촉해 정부에 환급을 요구할 법적 권리를 팔라고 제안하는 금융 회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현 미국 대법원이 6대3의 보수 우위 구도인 점이 소송 최대 변수다. 대법원은 현 정부 들어 이민 단속, 연구 지원금 삭감,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독립 기구 위원 해임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한 판결을 잇따라 내놓았다.

주요 외신들은 대법원이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연내에 결론을 낼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딴 여론전도 이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외신들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소송에서 패하더라도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 관세법 338조 등 다른 수단으로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송 결과가 조만간 행정부 승소로 나올 경우 동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아직 팩트시트도 발표하지 못한 상황이라 그 영향이 더 중대할 수밖에 없다. 소송 결과에 자신감을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돈을 더 걷기 위해 추가 청구서를 내밀 수도 있다. 미국의 재정은 적자폭이 지난달 38조 달러(약 5경 4500조 원)를 넘어서며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만약 행정부가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에도 한국 등 여러 나라가 그 동안 맺은 무역 합의를 기반으로 대혼란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낸 세금을 쉽게 돌려줄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외려 품목 관세율을 더 높여서 기존 상호관세 이상의 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기대할 부분은 상호관세 패소 확정이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미쳐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에 빠지는 상황 뿐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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