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유심(USIM) 해킹 사태에 따른 소비자 보상안을 이르면 이번주 발표한다. 통신 요금 감면을 비롯 최대 20개에 달하는 항목을 포함한 대규모 보상안이 유력하다. 보상 규모는 역대 이동통신사 사고 가운데 최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24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고객신뢰위원회 자문과 법률 검토를 거쳐 보상안을 조율하고 있다. 발표 시점은 이르면 26일로 점쳐진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이날 삼화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고객에 대한 감사 표시 관련해서는 신뢰회복위원회와 논의 중이고, 고객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정보보호 투자 강화와 관련해 논의 중”이라며 “민관 합동 조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들었는데 그 시점을 전후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보상안에는 통신 요금 감면, 로밍비 할인, 영상통화 데이터 지원, T멤버십 포인트 제공, V컬러링 무상 제공 등 총 15~20개 항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항목별 수혜 대상과 보상 수준을 세부 조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 고객에게 요금 감면이 적용되고, 여기에 선택형 보상이 추가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해외 출장 고객에는 로밍비를, 시니어 고객에는 영상통화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받는 식이다.
보상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텔레콤 전체 가입자는 약 2300만명이다. 고객 1인당 1만원의 요금 감면만 적용하더라도 총 23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로밍 지원, 멤버십 포인트 지급 등 부가 혜택까지 포함될 경우 보상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SK텔레콤의 보상안은 개인정보 유출 사안에서 요금 감면이 도입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통신 장애로 인한 요금 감면은 이용약관에 근거해 이뤄졌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요금 감면은 이용 약관상 명시된 규정이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유사 사건의 보상 기준이자 정책적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장애는 실제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했던 것에 대한 피해 보상이기 때문에 약관에 반영될 정도로 상식적인 개념”이라며 “이번 사례는 피해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 고객을 대상으로 요금을 감면하는 만큼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태로 피해를 본 유통망(대리점·판매점) 보상안에 대해서도 준비 중이다. 임봉호 MNO(이동통신) 사업부장은 이날 “유통망이 신규 영업 정지와 유심 교체 관련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지원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최종 마무리해 이번주 유통망과 소통하고 7월에 실질적으로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 유심 교체 누적 고객은 934만명이다. 전날 하루 동안 3만명이 추가적으로 유심을 교체했다. 유심 교체 대기자는 1만명 안팎이다. 김 센터장은 “5~8월에 걸쳐 총 2100만장의 유심을 수급할 예정이고 예약 시스템 자리도 충분하다”며 “시스템이 정착되면 예약 없이도 유심을 교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