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0년 만기 장기 국채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이 더딘 중국에서 예금 금리 하락이 지속되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0년 만기 중국 국채금리는 28일 2.24%를 기록하며 장중 2.27%를 나타낸 3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를 밑돌았다. 30년 만기 국채금리에서 중국과 일본이 역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년 만기 중국 국채금리는 2020년 말 4%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순이자 마진이 축소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예금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6월, 9월, 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정기 예금 금리를 낮췄고 올해 7월에도 예금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그 결과 정기 예금 3·5년물의 금리도 2%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아졌다. 중국 대형 은행들의 예금 금리 인하는 국채금리 인하를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12월 3%대 벽이 깨졌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올 들어서도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7월과 10월 연이어 인하했다. 금리 인하에 따라 중국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해졌고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법인들까지 나서 정기 예금을 채권 투자로 전환했다. 은행 역시 자금 조달 비용이 하락해 채권 매입 동기가 커지면서 장기 국채금리는 지속적으로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30년물 국채금리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오랜 기간 1%를 밑돌던 3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가 2022년 초반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변경하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한 이후부터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고착돼 당국의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로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국채금리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롬바드 오디에 은행의 존 우즈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 국채의 냉혹한 방향은 수익률이 더 낮아지는 것”이라며 “당국이 어떻게 디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지 완전히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