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색 담고 지역과 상생…‘로코노미’ 제품 뜬다

2024-09-29

로코노미가 식품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로코노미(loconomy)란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의 농특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선호하는 소비 문화를 뜻한다. 특히 오뚜기는 제주와 상생하기 위해 2021년 ‘제주담음’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고 제주산 농축산물로 만든 흑돼지 마늘 짜장, 한라봉 마멀레이드 등을 내놓고 있다. 농가는 물론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는 오뚜기가 서귀포에 있는 전통주업체 ‘제주곶밭’과 협업하는 현장을 찾아가봤다.

8월말, 평일 오후임에도 ‘제주담음’ 음식과 제주곶밭이 만든 전통주를 함께 즐기기 위해 20여명의 사람이 모였다.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 테이블엔 크래커 위에 한라봉 마멀레이드와 크림치즈를 올린 카나페가 준비돼 있었다. 한라봉 마멀레이드는 제철에 수확한 한라봉과 감귤의 껍질·과육을 설탕에 졸여 만든 잼으로,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는 것은 물론, 탄산수에 넣어 에이드로 마시거나 샐러드 드레싱, 닭 구이 소스 등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

본 행사가 시작되자 첫번째 메뉴로 흑돼지 카레를 활용한 뇨끼가 나왔다. 뇨끼는 이탈리아 파스타의 한 종류로, 삶은 감자를 반죽해 번데기 모양으로 둥글게 빚어낸 것이다. 늘 밥과 함께 먹던 카레를 뇨끼로 요리해 먹으니 맛이 색다르다. 기존 오뚜기 ‘3분카레’는 외국산 양파·감자·쇠고기를 사용해 생산하지만, ‘제주담음’ 흑돼지 카레는 제주산 흑돼지고기·감귤농축액·당근·감자와 국산 양파를 써 만들어낸다.

마지막 메뉴로 감귤도우 피자가 등장했다. 감귤절임을 넣어 반죽한 향긋한 피자도우 위에 양념한 흑돼지고기, 제주산 당근·양배추로 만든 피클을 토핑으로 올렸다. 카레와 피자 모두 재료가 큼지막하게 들어 있어 제주산 농산물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제주곶밭이 내놓은 제주산 레몬으로 빚은 전통주 ‘리몬첼로’와 함께 먹으니 상큼한 제주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듯하다.

행사에 참여한 강윤영씨(27·제주시)는 “‘제주담음’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전통주와의 페어링이 궁금해 오게 됐다”며 “제주산 농산물이 널리 알려지고,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두위 오뚜기 홍보실 차장은 “‘제주담음’ 상품은 출시 후 3년간 20만개가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름에 ‘제주’가 들어가고, 제주산 농산물을 쓴 게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고 전했다.

로코노미에 관한 소비자의 관심은 설문조사 결과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지역색을 담아 한정판으로 출시된 식품을 한번쯤 사보고 싶다고 답했다.

오뚜기 외에도 여러 기업이 앞다퉈 로코노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2021년부터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년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버거를 내놨다. 2021년 경남 창녕 갈릭버거, 2022년 전남 보성 녹돈버거, 지난해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버거, 올해 경남 진주 고추 크림치즈버거를 출시했다. 창녕 갈릭버거를 생산하며 마늘 130t을,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버거를 위해선 대파 150t을 사들여 지역농민에게 큰 힘이 됐다.

식품을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관광으로까지 연계한 사례도 눈에 띈다. 신세계백화점은 ‘로컬이 신세계’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을 여행하며 식자재 원물을 경험하고, 산지 식재료로 만든 다이닝 코스를 즐길 수 있는 팸투어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해 9월 광주광역시에서 투어를 진행한 후 11월엔 전국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개최, 전남 농산물과 지역특색을 담은 음식을 소개했다. 올여름엔 충남 태안과 홍성의 관광지·먹거리를 둘러보는 투어를 진행한 후 10월18일∼11월6일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열고 태안 농특산물 판매와 지역 홍보를 펼친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 농산물의 우수성을 전국의 소비자에게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귀포=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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