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재판확정 후 소송비용액 확정 거쳐 돌려받아야"
대법 "민사소송·상계 등 방법으로 청구권 행사 가능"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등에 쓴 비용은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하는 경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5월 5일 B씨와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임대차보증금 2000만원, 월세 50만원으로 정해 2년간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2022년 4월 6일 임대차보증금을 2500만원으로 증액하고 월세는 50만원으로 유지해 계약을 연장하기로 약정했다.
그런데 B씨가 계약 갱신 이후 3개월 이상 월세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임대차계약은 같은 해 8월 16일 해지됐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아파트를 인도하고 연체된 차임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씨는 법원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쳤다.
B씨는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A씨에게 받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비용 및 임차권등기 비용을 연체 차임 등에서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과 그에 따른 임차권등기와 관련해 든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2심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비용과 변호사비용은 재판확정 후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른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쳐 돌려받아야 한다"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B씨가 계약 해지 후부터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사용·수익한 2022년 12월 29일까지 차임 153만원과 인터폰 재설치 비용, 번호 키 교체비용, 벽면 공사비용 등 원상회복 비용 84만원을 합한 237만원을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2심과 달리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의 상계가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을 인정하면서도 비용 청구의 방법이나 절차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며 "임차인은 민사소송으로 그 비용을 청구하거나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삼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주장하는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 상환청구권의 존재 여부 및 범위를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며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른 임대차등기 관련 비용 상환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비용을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민사소송이나 상계 등 방법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밝힌 첫 사례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