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방제’ 두고…환경단체 “생명학살” vs 김재섭 “꼰대짓” 충돌

2025-07-10

김재섭發 ‘러브버그 방제법’에 환경단체 반발

단체 “생명 학살” vs 김재섭 “환경 권위주의”

최근 수도권 일대가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몸살을 앓자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일명 ‘러브버그 방제법’을 발의한 가운데, 일부 환경단체가 생명 학살 등을 이유로 법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환경단체의 철회 요구에 대해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국민들한테 훈계하고 꼰대짓하는 형태”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환경단체가 자신이 발의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고 “이들이 하는 행태가 딱 ‘환경 권위주의’”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김 의원은 “러브버그 때문에 국민들이 곡소리를 내는데 무슨 생태계 보호를 말하냐”며 “솔직해지자. 이미 러브버그가 대한민국에 창궐한 시점부터 생태계는 깨진 거다. 게다가 도로를 뒤덮을 만큼 러브버그가 창궐하는 생태계를 ‘생태계’라서 보전하는 게 더 큰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 온난화 때문에 러브버그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은 예상된 수순”이라면서 “불편한 거 참고 살라며 꼰대짓만 할 게 아니라 현행법상 불가능한 러브버그 방제를 합법화하고 친환경 방제를 먼저 고민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브버그 박멸의 해결사’라는 별명도 충분히 자랑스럽다”며 “‘러브버그 방제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고, 환경단체 호소인들의 시대착오적 ‘환경 권위주의’도 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4일 러브버그 방제를 감염병 대응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리적 불쾌감이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곤충이 대량 발생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방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러브버그는 지난 2015년 중국 칭다오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외래종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6월 말부터 7월까지 대량으로 번식하는 특성이 있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유충은 토양 내 유기물 분해에, 성충은 화분 매개에 기여해 일반적으로 익충으로 분류된다.

현행법상 러브버그가 익충으로 분류되다 보니 방제 근거가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아 지자체가 방역 예산을 집행하거나 행정 조치를 시행함에 있어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해왔다.

실제로 서울연구원 ‘서울시 유행성 도시 해충 대응을 위한 통합 관리 방안’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약 86%는 이로운 곤충이라 하더라도 대량 발생할 경우 해충으로 인식된다고 응답했다. 이는 러브버그와 같은 곤충의 반복적 출몰이 공공의 생활 안정에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김 의원의 개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환경단체들이 철회를 요구했다.

전날 녹색당 동물권 위원회, 동물행진, 봉산생태조사단, 생명다양성재단, 서울환경연합, 은평민들레당 등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생태계 영향이나 인체 유해성 등 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자의적 해석에 따라 과잉 방제와 생명 학살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곤충 대발생 원인 중 하나인 생태계 교란을 악화하며, 혐오에 법적인 힘을 싣는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김 의원에 대해서도 “그는 소셜미디어에 ‘러브버그 때려잡자’라며 게시물을 올리고 러브버그를 없애달라는 댓글이 달릴 때마다 지역구에 방역차를 보냈다”며 “대중의 불편을 혐오로 선동하며 ‘형만 믿으라’는 말로 러브버그 박멸의 해결사를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전략이었듯, 러브버그 역시 ‘공존을 위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면서 “러브버그 방제법은 원하든 원치 않든 생태계 안에서 함께 살아야 할 곤충과 적대적 관계를 맺게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 눈앞에서만 치워버리는 박멸이 아닌 곤충 대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와 조사다. 국회는 책임을 갖고 ‘러브버그 방제법’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러브버그는 현재 서울 일부 지역을 넘어 수도권 전역과 인천, 경기 북동부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부 지역으로 퍼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되는 민원은 폭증하는 추세다.

올해 인천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1512건으로, 지난해(115건)보다 13배 이상 급증했다. 경기 광명시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820건의 민원이 접수됐으며, 서울시에도 지난달까지 총 4659건에 달하는 러브버그 민원이 들어왔다.

환경부는 지난 4일 인천 계양산 일대에서 대대적인 러브버그 방제 작업을 펼쳤다.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지던 러브버그 방제에 환경부가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가 ‘러브버그와의 전쟁’에 나선 것은 더는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발생 규모가 커졌고,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러브버그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점점 고온다습해지고 터전을 잡을 수 있는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 상 언제든지 러브버그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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