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자율적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후속 대책에 담합, 독과점 등 공정거래법 제재 완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합작사인 HD현대케미칼 대산공장 운영 방식을 두고 논의를 시작했으며, 산업단지 별로 유사한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발 과잉 공급 및 수요 감소 등으로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시설을 인수·합병하는 수평적 통합과 특정 기업의 설비만을 가동하는 통합 운영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평적 통합은 자체적으로 NCC를 폐쇄해 채산성을 높일 수 있고 통합 운영은 다수의 NCC 가동을 중단하고 한 업체의 NCC를 100% 가동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의 이같은 구상을 실제로 진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가 자체적인 논의를 통해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량을 조절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폐합을 통해 특정 회사 NCC로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할 경우는 독과점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방산업의 경우 통폐합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높아졌다고 불만을 피력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산업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공거래위원회 사업 컨설팅 지원 및 정보교환에 대한 사전심사 간소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조만간 발표될 후속대책에 담합, 독과점 등 공정거래법 적용 유예 및 특례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NCC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라며 “공정거래법 등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업계가 자율적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라면서 “아울러 통폐합 대상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상승 사이클이 올때까지 버틸 수 있는 저리 금융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