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입고 나를 위한 ‘비혼식’… 외신도 한국 여성 비혼 조명

2025-03-21

2023년 韓 30대 인구 중 절반 이상 '미혼'

가장 큰 결혼 기피 이유는 경제적 부담

가부장적 결혼제도 반감도 여성 비혼 이유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한국 여성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제적 부담과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일부 여성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 상대가 아닌 자신과 반려동물을 위한 ‘비혼식’을 연다고 전했다.

20일 SCMP에 따르면 강모(30)씨는 최근 서울의 한 사진 스튜디오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처럼 보이지만, 그의 옆에는 신랑이 아닌 반려견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 씨는 “이 드레스를 입는 것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면서도 “나는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위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혼 증가, 결혼과 출산 기피로 이어져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흐름은 일부 개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30대 인구 중 51%가 미혼이었다. 2000년과 비교하면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서울에서는 60% 이상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다.

결혼 기피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한국에서는 결혼과 동시에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결혼이 곧 ‘빚을 지는 과정’이 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한국에서 평균적인 결혼 비용은 약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SCMP는 짚었다.

출산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명을 넘었지만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 2024년 0.75명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결혼은 옵션이 너무 많은 패키지 여행“

비혼을 선택한 여성들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가부장적 결혼제도에 대한 반감도 크다. 직장인 정모(32)씨는 2023년 자신만의 비혼식을 열었다. 그는 웨딩드레스 대신 회색 정장을 입고 단발머리를 한 채 하객 40명 앞에서 선언했다. “나는 평생 나 자신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식의 축하 분위기를 원했지만, 결혼 자체는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씨는 한국 사회의 가족 중심 문화가 여성들에게 육아와 가사 노동을 강요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결혼한 친구들이 커리어를 포기하는 걸 보면서 결혼이 불평등한 제도라는 걸 깨달았다”며 “결혼은 원하지 않는 옵션이 너무 많은 패키지 여행과 같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결혼한 직원들에게만 지급하던 축의금 대신 ‘비혼 수당’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형평성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들은 사회적 압박과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한국 사회, 우리 세대와 함께 사라질 수도”

정부는 혼인율과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차별과 경제적 불안정을 해소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신생아 수는 2024년 전년 대비 7.7% 감소한 23만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동시에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사회 구조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출산율 하락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씨는 SCMP에 “이대로 가다 보면 한국은 우리 세대와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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