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2일 침묵을 지켰다. 당내에서는 “위로와 감사의 표현도 포함됐다”는 목소리와 “정상이 아니다” “비겁하다” 등 비판이 함께 나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편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수석대변인을 통해 다 얘기가 나갈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이후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편지 내용은 대통령 입장에서 본인 때문에 벌어진 일 때문에 지지자들이 이 추운 겨울에 밖에서 떨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일 수도 있고, 뒷부분은 지지자들에게 호소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걸 하나로 저희가 해석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당 입장도 그렇다”고 말했다. 당 차원의 명확한 입장 공표를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한남동 관저에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연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편지에서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메시지가 공개된 직후부터 극단적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는 내용으로써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이 말을 아끼는 데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 입장을 내놓을 경우 국민 눈높이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 “새해 첫날부터 되게 추운 날에 본인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거기 나와있는 상황이잖냐”며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행동 지침을 준 것도 아니고 거기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표현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양쪽 측면을 다 균형 있게 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관저 앞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모습에 무한 경의를 표한다”며 지지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완전히 태극기 시위대들 보고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달라고 선동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체통과 품격을 버리느냐”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지금 양쪽 진영으로 갈라져 극심하게 분열하는 국민들한테 ‘이러지 마라. 내가 죄가 있으면 수사 받고 죗값을 치르겠다’ 이렇게 말씀하셔야지, 너무 정상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상욱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혹세무민하고 대중들 뒤에 숨어서 비겁한 행동과 말을 반복하는 것은 역사가 참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마지막까지 기록하게 될 것 같다”며 “국가적 혼란이 생기면 이것을 핑계로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거야말로 정말 비겁하고 나쁜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