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공약, 배출 감축보다 육상 탄소 제거에 기대

2025-11-1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각국이 제출한 새로운 기후 공약이 실질적인 배출 감축보다 대규모 나무 심기 등 비현실적인 육상 탄소 제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림전용과 산림 파괴를 중단·되돌리는 핵심 조치는 여전히 부족한 반면, 토지 기반 탄소 제거 계획만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열대림 보전 전용 대형 기금이 구체화되면서 초기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의향이 모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운영 규칙·검증 방법·분배 메커니즘은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시장 기반 메커니즘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 이것이 실제 탈산림파괴·탈화석연료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멜버른 대학교가 글로벌 전문가 컨소시엄과 함께 발표한 ‘랜드 갭 2025(Land Gap 2025)’ 보고서는 각국이 기존 숲을 보호하고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현실적 해법보다, 순배출 제로(Net-zero)를 달성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수준의 토지 기반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석 저자인 케이트 둘리(Kate Dooley) 멜버른대 박사는 보고서에서 기후·생물다양성 목표와 경제 목표를 정렬시키기 위한 일련의 구조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둘리 박사는 “왜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숲 보호를 기후 목표의 핵심 기둥으로 삼지 않는가”라며 “무거운 국가 부채, 산업 친화적 세금·무역 정책 속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숲을 착취해야 하는 현실에 내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적으로 건강한 숲은 기후 완화, 일자리, 생태계 서비스 측면에서 건강한 경제의 필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새 NDC를 제출한 국가는 전 세계 배출의 약 30%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의 2035년 감축 목표도 2010년 대비 약 17% 감축 수준에 그쳐, 1.5℃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2035년 약 60% 감축 경로와는 큰 괴리를 보인다는 점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COP30에 제출된 국가 기후 계획의 두 가지 본질적 결함을 짚었다. 첫째,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토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도와 실제 달성 가능한 수준 사이의 ‘토지 격차(Land Gap)’ 둘째, 2030년까지 산림전용과 산림 황폐화를 막겠다는 글로벌 공약과 각국 공약의 이행 결과 사이에서 발생하는 ‘산림 격차(Forest Gap)’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도 전 세계 연간 산림전용 면적은 여전히 연 400만 헥타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로 1,600만 헥타르의 숲이 황폐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총 2,000만 헥타르 규모의 ‘산림 격차’를 의미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지만, 한국 역시 이러한 토지·산림 관련 요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반도 산림은 전후 대규모 조림·녹화 성공 이후, 흡수원 기능의 정체·감소, 산림 노령화, 기후위기·재해 리스크 증가라는 이중·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단순히 탄소흡수량을 수치상 관리하는 접근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후·산림 정책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차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NDC 3.0에서 ▲산림 복원과 기후적응형 산림관리, ▲산촌·지역주민 소득과 연계한 다기능 산림 전략, ▲화석연료 감축과 연계된 실질적인 탈탄소 로드맵을 종합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COP30에서 드러난 ‘토지 격차’와 ‘산림 격차’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숫자 맞추기식 탄소 제거를 넘어 실질적인 탈산림파괴·탈화석연료 전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