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다른 정치 행보에 중도층 나뉘어
개딸도 분화...이 지지자 정 대표 공격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따로 노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국정 지지율과 상대 당이 있는 당 지지도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다른 얘기다. 여권 내부에 이상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당은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는 크게 중도층과 여권 지지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 통합과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반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검찰·사법·언론 개혁에서 강경 일변도의 행보를 보이는 것이 디커플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도층은 물론 여권 지지층 내부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이런 디커플링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9%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주일 새 4%포인트(p) 급락한 것이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p 오른 32%였다.
정당 지지도는 달랐다. 민주당의 지지도는 오히려 올랐다. 민주당은 42%, 국민의힘은 24%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2%p 올랐고, 국민의힘은 2%p 하락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1.5%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갤럽의 전 조사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 반면 당 지지도는 떨어진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63%, 부정 평가는 29%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전 조사보다 6%p 상승했고 부정 평가는 4%p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민주당 40%, 국민의힘 26%로 나타났다. 전 조사에 비해 민주당은 1%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같았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23%p에 달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2.7%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한미, 한중 정상회담 등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부각된 '이벤트 효과'가 반영된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재판 중지법 연내 처리 입장 번복 파동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공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른 것은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파문이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 호재를 덮은 결과로 보인다. 항소 포기는 이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디커플링은 정치 현안에 민감한 중도층 여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국민 통합 행보와 정상 외교 성과를 긍정 평가하면서 거대 여당의 독주와 극단적인 정쟁에 반대하는 중도층의 성향이 '이 대통령 상승, 민주당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검찰의 항소 포기에 대한 중도층의 압도적 반대 입장(부적절 48%·적절 29%)은 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더 관심을 끄는 해석은 여권 지지층의 분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민주당을 지지하는 강경 지지층이 나뉘어졌다는 것이다. 명청 갈등은 그 결과물이다. 강경 지지층(개딸)이 대통령 지지 세력과 정 대표 지지 세력으로 분화된 것이 여론 조사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강경 지지층 내부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청래 대표를 공격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즙쩔래'와 '멍텅래'가 대표적이다. '즙쩔래'는 정 대표가 대외 행보에서 눈물을 흘리는 감성적인 모습을 비꼬는 단어로 '즙쩔(즙을 짠다)'는 말과 정청래 대표를 합성한 조롱성 표현이다. 멍텅(멍텅구리)+래(정 대표)도 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 재판 중지법 등을 놓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잇따라 갈등을 빚은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 대표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물론 정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은 정 대표의 강성 행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여권 강성 지지층의 분화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의 재선과 직결된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내부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목표와 정 대표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명청 갈등과 개딸의 분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