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가상의 숲, 센다이 미디어테크

2024-10-20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도심의 미디어테크는 가는 파이프 기둥과 투명한 유리 벽으로 바스러질 것 같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도 견고하게 살아남았다. 건물의 용도는 도서관과 전시장 등 복합문화시설이지만 첨단의 이름에 걸맞게 혁신적인 하드웨어로 새로운 구조와 공간을 실현하고 있다. 건축가는 이토 도요(83)로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현상 경기에 당선해 2001년 준공했다. 그는 당시에도 원로였으나, 물질적 건축에 가상 세계를 접목한 ‘시뮬레이션 시티’를 실험하는 젊은 생각의 건축가다.

7개 층의 건물은 각 층의 슬라브판과 파이프 튜브 기둥, 그리고 이를 감싸는 유리 표면뿐이다. 매우 단순한 구성이지만 이들로 이루어진 공간은 복잡하고 의미는 심오하다. 크고 작은 파이프를 격자로 얽은 13개의 튜브 기둥들은 마치 나무줄기와 같이 건물의 지붕까지 구불거리며 솟아있고, 각 층의 판들은 공중에 부유하듯 추상적인 공간을 이룬다. 모든 층은 하나의 개방된 공간이지만 튜브관들로 둘러싸여 숲속같이 다양한 부분 공간들을 갖는다.

튜브 기둥은 구조체인 동시에 공기, 물, 전기, 빛, 사람들이 수직으로 순환하는 혈관과도 같다. 냉난방과 상·하수 설비관이 지나가며, 튜브 기둥 속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이용자의 모습은 아래위에서도 볼 수 있다. 내외부 공간의 수평적 연속성뿐 아니라 상하 공간의 수직적 연속성까지 확보한 획기적 공간이다.

두 개 층 높이의 1층은 카페와 서점으로 외부 도시의 가로와 광장이 연속된 공간이다. 도시와 건축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는 이토의 모든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세지마 가츠요 등 여러 실력자가 각층 인테리어를 설계해 다양한 공간을 수직으로 쌓은 집합 효과도 거두었다. 하나인 것 같지만 여럿이고, 도시와 건축이, 부분과 전체가 인터렉티브하게 소통한다. 미디어테크는 기술의 복잡함과 건축의 단순함을 은유하며 IT 시대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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