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순재, 눈물로 전한 마지막 인사

2025-11-25

원로 배우 이순재가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1월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 공식석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되며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이순재는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고령에도 철저한 건강관리를 자랑하며 방송, 영화, 연극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연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2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개소리’를 통해 그는 지난 1월 11일 열린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시상식은 그의 마지막 공식석상이 됐다.

수상 소감에서 이순재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오늘 귀한 상을 받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자리를 빌려 양해를 구하고 싶은 감사한 학생들이 있다. 아직까지 가천대학교 석좌 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학생들 하나하나 다 구체적으로 지도하는 수업이고, 작품을 정해 한 학기 동안 연습해 발표하는데 시간이 도저히 맞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교수 자격 없다고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그랬더니 학생들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처럼 드라마하시는데 잘하세요. 가르쳐주신 대로 저희가 다 만들어내겠습니다’라고 하더라. 눈물이 나왔다”고 떠올리며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오늘의 결과가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합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늦은 시간까지 와서 이렇게 격려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또 집 안에서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 정말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합니다”라며 깊은 고마움을 남겼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호적상으로는 1935년생이다. 남대문시장에 있는 가게를 돕던 초등학교 시절 해방을 맞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전쟁을 겪었다.

연기에 눈을 뜬 건 대학 시절이었다.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한 그는 당시 대학생들 사이의 값싼 취미였던 ‘영화 보기’에 빠졌고, 영국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가 출연한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결심했다.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고,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며 한국 방송사와 궤를 함께했다. 대표 출연작은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무려 140편에 달한다. 단역 출연까지 포함하면 작품 수는 셀 수 없을 정도이며, 한 달에 30편 넘게 촬영했던 때도 있었다.

특히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1992)는 시청률 65%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 잡았고, 이순재가 연기한 ‘대발이 아버지’는 가부장적 아버지의 표상으로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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