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업계 ‘트럼프 눈치 작전’

2025-01-12

아마존 등 취임식 100만弗 기부 행렬

바이든의 2배 넘는 액수로 ‘환심 사기’

DEI 폐기 등 기업 정책까지 전격 변경

현대차도 자회사 통해 100만弗 ‘쾌척’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눈치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을 앞두고 이들 기업들은 대규모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것뿐 아니라 자사 정책도 ‘트럼프식’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우버, 오픈AI 등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각각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했거나 약속했다. WP는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당시 아마존과 구글, MS는 각각 27만6509달러, 33만7500달러, 50만달러를 기부했다”면서 “이번 트럼프 취임식에는 두 배 넘는 액수를 퍼부었다”고 짚었다. 거대정보기술(빅테크)기업 리더들의 취임식 참석 계획 발표도 이어졌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취임식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회사 대변인이 밝혔고,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의 참석 계획도 익명 소식통이 전했다.

이들 기업은 정책도 트럼프 당선인 입맛에 맞추는 모습이다. 메타와 아마존은 고용, 훈련, 공급업체 선정 등에 적용해왔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최근 폐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적, 문화적 견해에 부응한 것으로,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친트럼프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기업들은 2020년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후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확산하자 DEI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그러나 DEI 정책이 오히려 차별적이라고 반발하던 미 보수진영은 재작년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후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DEI 철폐 압박을 강도 높게 가했다. 여기에 DEI 정책에 반대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맥도널드, 월마트 등이 줄줄이 DEI 정책을 폐기했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에 앞서 자사 SNS에서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제3자 팩트체크’를 폐지하는 등 그간 ‘악연’으로 불리던 트럼프 환심 사기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이 역시 ‘SNS에서 자체 콘텐츠 검열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 측 요구에 부응한 조치로 해석됐다.

우리나라 기업인 현대차도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현대차 관계자들은 지난해 11·5 대선 이후 트럼프 측 관계자들과 접촉해왔으며,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취임식 기금에 기부금을 냈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하고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트럼프 당선인을 기소해 화제를 모았던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사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스미스 특검이 전날 사임한 사실을 알렸다. 2022년 임명된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당선인이 낙선으로 끝난 2020년 대선의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한 혐의와 2021년 초 퇴임할 때 기밀 서류들을 들고나와 보관한 혐의를 수사하고, 2023년 6월 미국 전직 대통령을 사상 처음으로 연방 법원에 형사 기소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자 공소를 철회했다. 미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간섭으로 보고 재임 중인 대통령에 대해 기소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스미스 특검은 기소 포기에도 법무부 방침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수사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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