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은퇴자 귀농 귀촌 단지, 주택만으로 부족하다.

2025-06-12

[전남인터넷신문]전남 함평군은 ‘해보 농토피아 전원주택단지’의 분양 입찰을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온비드 시스템을 통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과 은퇴자를 위한 이번 분양은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농촌소멸 문제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전남과 같은 농촌 지역에서는 젊은 인구의 유출과 출산율 저하로 인해 마을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자의 귀농·귀촌은 단순한 거주 이전이 아니라, 농촌 공동체 회복과 지속가능한 농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은퇴자는 고령화된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정년퇴직 후의 시간은 단순히 노후를 보내는 시기가 아니라, ‘제2의 삶’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농촌에서 소규모로 텃밭을 가꾸고, 수확한 작물을 친구나 이웃과 나누며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 것은 은퇴자의 정신 건강은 물론 지역 공동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는 ‘재미농업’이라는 개념도 등장해, 수익보다는 여가와 삶의 보람을 추구하는 은퇴 농업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택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의 다양한 고령자 전원주택 사례는 귀농·귀촌 단지가 어떤 요소와 함께 계획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일본 기타큐슈시(北九州市)의 ‘코쿠라 미라이노마치(小倉未來町)’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기반으로 고령자의 생활 편의성을 극대화한 단지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구조, 병원과 쇼핑몰의 근접성, 치매 예방 프로그램과 방재 시스템 등은 고령자들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곳은 민관 협력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된 서비스가 핵심이다.

덴마크의 ‘Saettedammen(새테다멘)’은 코하우징(cohousing) 방식의 공동체 주택으로, 은퇴자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아간다. 각자가 개별 주택을 보유하면서도 공동식당과 작업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고립을 방지하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돌봄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공동체 기반의 주거 모델은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더 빌리지(The Villag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은퇴자 전용 커뮤니티로 약 13만 명이 거주한다. 골프카 전용 도로부터 병원, 상점, 여가시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 인프라가 단지 내에 완비되어 있다. 이곳은 고령자가 외부와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삶의 질 높은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공통적으로 ‘주택+의료+복지+공동체 활동+일상 기반 인프라’라는 5가지 요소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 요소들이 하나라도 빠질 경우, 단지의 지속성과 주민의 정착률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단순히 주택을 분양받아 귀촌했지만, 의료 접근성이나 여가활동의 부족, 지역사회와의 단절로 인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남과 같은 고령화가 심화된 지역일수록 이러한 교훈을 교묘히 흡수하여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귀촌 단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권 내 보건의료 인프라 △치매 예방 및 돌봄 시스템 △텃밭이나 소농을 위한 영농 기반 △디지털 기술 교육과 활용 공간 △지역 공동체 프로그램 등의 구비가 절실하다.

또한, 정년 귀농자는 젊은 농업인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적 자산이다. 일본에서는 정년 귀농자는 ‘연금+α’ 수익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농촌 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그 경험과 지혜는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파이프라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제 디지털에 익숙한 60대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정년 귀농 정책은 소극적 지원이 아닌 전략적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귀농·귀촌 주택단지 분양은 단순한 부동산 공급이 아니라, 미래 농촌사회를 설계하는 플랫폼이다. 정년 퇴직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농촌형 커뮤니티로서의 단지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와 설계가 갖춰질 때, 인구소멸 시대의 대안이자 기회로서 정년 귀농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4. 재미 농업과 퇴직자의 농촌 이주.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4.1.2)

허북구. 2024. 전남 농촌과 정년 귀농.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4.1.16.)

허북구. 2024. 정년퇴직과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4.7.3.)

허북구. 2025. 정년 귀농, 체계적 정책 필요하다.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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