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라시아부산국제아트페어] 신진작가 인터뷰② 후투티 '지역에서 시작한 힘찬 날갯짓'

2025-12-07

[비즈한국] ‘후투티’는 머리 뒤쪽으로 부채처럼 펼치는 깃과 선명한 검은 줄무늬가 아름다운 새다. 그 새가 ‘2025 유라시아부산국제아트페어’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올해 전시장 신진작가 부스에 후투티가 나타났다. 작가명 후투티(본명 이윤하). 만 30세, 말 그대로 ‘신진’ 작가다. 올해 울산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힘차게 날갯짓을 시작했다.

젊은 작가들이 종종 강한 색과 형태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후투티 작가는 ​크고 경계가 불분명한 형태, 파랑 녹색 계열의 중성적이고 차분한 색을 취한다.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 외양인데도 여러 부스 사이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런 그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ㅡ작가명을 후투티라고 지은 이유는.

학교 다닐 때 교회 전시를 할 때부터 이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 장난 삼아 내 이름을 숨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썼는데, 그때 내 작품을 사준 첫 컬렉터가 생겼다. 그분에게는 후투티라는 작가가 사라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사용하고 있다. 새나 자연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 당시 동네에서 후투티를 많이 본 터라 꽂혀서 쓰게 됐다.

ㅡ작품 경향이 이전부터 쭉 이어진 건가.

우연히 신발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느낌이 좋다는 반응을 들었다. 이쪽으로 좀 더 발전시켜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계속 그리고 있다.

ㅡ왜 신발을 소재로 삼았나.

내가 작업하는 주제는 나이 어린 자아의 눈으로 본 어른들 세상이다. 어른들 사는 모습에는 왜 그러는지 기원이 이해가 안 가는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왜 저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왜 굽 높은 신발을 신을까, 왜 발가락에 저런 색깔을 칠하게 됐을까. 지금도 항상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동화처럼 엉뚱하기도 하고 귀여운 느낌으로 풀어내고 있다.

ㅡ작품에 사물이나 사람의 신체 일부를 크게 확대해서 그리는데.

나 자신이 평소 시야가 좁기도 하고, 또 의도적으로 시점을 변형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건 뭘까 유추하고 다양한 이야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화면에 꽉 차게 그리고 있다. 그게 오히려 시야를 넓혀주는 것 같다.

ㅡ물체의 경계 부분을 불분명하게 처리한 것도 의도적인가.

그렇다. 살짝 흐릿한 이미지가 회상할 때 어른거리는 분위기도 자아내고, 오래된 그림 느낌을 내는 것도 좋아한다. 유화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고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는데,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수집한 먼지 쌓인 골동품이나 그림을 보는 듯한 그런 감성을 좋아한다. 내 표현 방법과 유화가 잘 맞는 것 같다.

ㅡ작업시간도 오래 걸리겠다.

아무래도 유화는 물감이 마르는 데도 오래 걸리고, 또 겹겹이 물감층을 쌓으니까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실물로 봤을 때 깊이감이 유화보다 나은 매체를 아직 찾지 못했다.

ㅡ그림의 소재는 어디서 가져오나.

자연이나 현상을 보고 나만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지어내 오랫동안 간직했다가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하고.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결혼 같은 내 나이대 친구들이 고민하는 걸 지켜보면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 안 되는 것에는 의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그런 걸 작품에 풀어내고 있다.

ㅡ지역에 있는 신진작가로서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다면.

수도권보다 전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사실이지만, 울산이나 부산은 시에서 점점 지원을 많이 해주는 추세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기회만 잘 잡으면 좋다. 오히려 수도권보다 경쟁이 더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에 진지하게 깊이를 더해가다 보면은 자리 잡기에는 수도권보다 더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많은 청년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쏠리고, 알려진 작가들도 지역에서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후투티 작가는 당당하게 지역에서 자리를 잡겠노라고 말했다. 후투티는 평소 머리깃을 오므리고 있지만 때가 되면 활짝 펼친다. 후투티 작가 역시 신진 타이틀을 넘어 머지않아 실력으로 자신을 활짝 드러내길 기대한다. 젊은 작가의 패기와 당당함에 응원을 보낸다​.

부산=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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