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 쿠로키 하나, 고마츠 나나, 마츠 다카코
상영시간 134분
제작연도 2018년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
최근 한국에서 호러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아 기쁘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을 보러 관객 687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꾸준히 호러 영화를 연출한 장재혁 감독은 정말 소중한 존재다. <검은 사제들>(2015)은 544만명, <사바하>(2019)는 239만명, <파묘>(2024)는 무려 1191만명이 관람해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올랐다. 반면 2000년대 ‘J호러’ 강국이었던 일본에선 요즘 호러 영화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J호러는 ‘김 빠진 콜라’ 같다고 건방지게 치부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온다>(2018)는 머릿속까지 짜릿짜릿한 탄산 폭탄 같은 영화였다.
‘히데키’(츠마부키 사토시)는 성공한 회사원이다. 부인 ‘카나’(쿠로키 하나)와 딸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블로그에 자랑한다. 그런 히데키에게 ‘그것’이 전화를 건다.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고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히데키는 오컬트 작가 ‘노자키’(오카다 준이치)를 통해 도움을 청한다. 영능력자인 ‘마코토’(고마츠 나나)와 ‘코토코’(마츠 다카코) 자매는 악령과의 대결을 위해 일본과 해외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전문 퇴마사들을 불러모은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은 관객의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만화처럼 현란한 연출과 강렬한 색감으로 유명하다. 아이돌 음악을 사용하거나 중간에 애니메이션을 끼워넣기도 한다. <불량공주 모모코>(2004)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갈증>(2014)을 보면 ‘아이고, 눈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온다>에서도 특유의 스타일은 마찬가지인데 작품과 썩 어울린다. 사람을 찢어버리는 잔혹한 고어 장면을 비롯해 콜라를 마구 흔들어 딴 것처럼 이미지가 넘쳐흘러 해일처럼 몰아쳐온다.
<온다>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각지에서 100명이 넘는 퇴마사가 모여 거대한 제단을 차린 뒤 악령과 대결하는 퇴마 장면이다. 이 장면의 에너지는 가히 장엄하다. 이만한 스케일의 퇴마 의식을 구현한 영화가 있었나 싶다. 호러 영화 속 퇴마 장면을 클래식 공연에 비유하면 <곡성>은 독주, <파묘>는 사중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온다>는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교향곡이라고 할 만하다. 심지어 한국의 무당까지 등장한다.
<온다>는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 <보기왕이 온다>가 원작이다. 나카시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 카나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성격과 운명은 크게 바뀌었다. 플롯(서사)도 마찬가지다. 원작 소설은 악령 ‘보기왕’의 정체와 히데키가 저주에 걸린 이유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만, 영화 <온다>에선 악령의 정체와 이유를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온다>에선 바로 ‘온다’는 감각이 핵심이다. 히데키 일가처럼 관객은 정체를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은 ‘그것’을 어쩔 도리 없이 무방비로 맞이해야만 한다. <온다>의 이미지들은 ‘그것’처럼 뇌리를 직접 타격하는 느낌이 들 만큼 흉포하게 달려든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온다> 이후 작품 활동이 끊어졌다. 나카시마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던 여성 배우가 ‘나체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한 사건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피해 배우는 괴로워하다 자살미수 끝에 은퇴했다. 공소시효 5년이 지나 나카시마 감독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비록 법적 처벌은 피했지만 사회적 징역은 무겁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