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기본’ 지킨 플레이…KT 이정훈 “내게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2025-07-20

지난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맞대결에선 진귀한 장면이 나왔다. 포수의 파울플라이를 틈타 3루 주자가 득점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한화가 5-4로 앞선 3회말 1사 1, 3루 KT의 공격. 한화 선발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김상수를 뜬공으로 유도했다. 포수 최재훈은 홈플레이트 뒤의 그물망을 붙잡은 채 플라이를 잡아냈고,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1점이 급한 KT로선 아쉬운 상황. 그런데 이때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3루 주자 이정훈이 베이스에서 출발해 냅다 홈으로 달려든 것이다. 투수는 물론 1루수와 3루수 모두 홈을 커버하지 않은 빈틈을 노린 플레이었다. 이정훈은 무주공산인 홈을 밟았고, 경기는 5-5 동점이 됐다.

1사 1, 3루에서 외야 뜬공으로 득점이 추가되는 일은 야구에서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포수 파울플라이 상황에서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진귀하다. 이정훈의 재치를 보고 놀란 KT 벤치는 동점 주자를 환호로 맞이했고, 한화는 할 말을 잃은 채 이 상황을 바라봐야 했다. 또, 이미 포수 최재훈이 공이 그물망을 맞지 않은 채 잡아 아웃이라고 어필한 상황이라 이를 다시 파울로 주장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다음날 경기를 앞두고도 이날 플레이가 화두가 됐다. KT 이강철 감독은 “야구를 하면서 처음 본 장면이었다”고 제자를 칭찬했다.

이정훈도 “나 역시 이런 상황을 처음이었다”면서도 “야구의 기본을 강조했을 뿐이다”며 자신을 낮췄다. 이정훈은 “파울 타구가 뜨면 일단 태그업이 기본이다. 그래서 공이 낙구될 때까지 발을 붙인 채 홈으로 달려갈 준비를 했다”면서 “그물망 옆으로 떨어지는 어려운 타구라 수비수들이 전부 포수만 쳐다보더라.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홈을 노려볼 만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다만 이정훈의 이날 재치는 KT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화 노시환이 5-5로 맞선 5회 좌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한화가 6-5 리드를 잡았다. 이어 KT의 5회 공격이 끝난 뒤 많은 비가 쏟아져 경기는 한화의 강우 콜드게임 승리로 끝났다.

이정훈은 “당시 득점은 정말 기뻤지만,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 속상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수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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