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공급망 금융, ‘배출·자금·경쟁력’ 세마리 토끼 잡는다

2025-11-12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최근 호주의 기업들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승부처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다. 맥쿼리 비즈니스 스쿨의 피터 시 박사는 국제생산연구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roduction Research) 사설을 통해, 기업이 공급망 전반의 배출을 정밀하게 측정·감축하면서 동시에 친환경 자금을 끌어들이는 ‘저탄소 공급망 금융’의 부상과 실천 과제를 짚었다.

시 박사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공급망 배출이 공장 직접배출을 웃돈다”며 “배출을 줄이는 기업이 더 저렴하고 유연한 금융에 접근하는 선순환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호주의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강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무역·규제 환경 변화는 기업들에 공급업체의 감축 이행까지 입증하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사설은 탄소시장·금융·공급망 관리가 교차하는 신흥 분야를 ‘탄소 무역 금융’으로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탄소배출권 활용, ▲녹색채권 발행, ▲배출성과(감축 목표 달성)와 금리·한도를 연동한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 주도의 녹색대출, 탄소 할당량 담보대출, 탄소옵션 계약 같은 수단은 공급업체의 현금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감축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규제를 비용이 아닌 혁신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이번 특별호에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공급망의 회복력과 민첩성을 높이는 방식을 다룬 20편의 논문이 수록됐다.

디지털 기술은 신뢰를 뒷받침한다. 블록체인과 스마트컨트랙트는 감축 실적과 배출권의 ‘원산지’를 추적·검증해 거래 투명성을 높인다. 예컨대 제조사가 공급업체의 검증된 배출지표가 목표를 달성할 경우 금리 인하나 한도 확대가 자동으로 트리거되도록 설계하면, 행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이해관계자 간 신뢰가 강화된다.

협업의 중요성도 부각된다. 소매·제조·물류가 탄소 목표와 자금조달 프레임을 공유할수록 감축폭과 재무성과가 함께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에너지 효율 물류, 폐기물 감축 등 공동 투자 모델은 동일한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낳는다.

또한 정책은 촉매가 될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 정비, 감축 기술 보조, 산업 간 파트너십 인센티브 등은 상징적 개선을 제도적 전환으로 끌어올린다. 호주에서는 중소기업의 친환경 금융 접근성 제고, 국내 탄소시장과 해외 제도의 연계 명확화가 과제로 꼽힌다. 특히 유럽·아시아 시장에서 탄소 기반 관세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핀란드처럼 ETS 허가가격과 탄소세를 결합한 가격 체계를 운영하는 국가들과 거래하는 기업일수록, 투명하고 금융친화적인 저탄소 공급망을 갖추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시 박사는 “저탄소 공급망은 단순한 배출 감축을 넘어 유연성, 투자매력, 장기 회복력을 동시에 강화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공급망 전 단계의 투명성, 금융의 재설계, 위험·보상의 공정한 분담이 요구된다. 결론은 분명하다. 탄소 금융의 도구와 디지털 검증기술, 공급망 관리의 정교함을 결합할 때 기업과 경제는 더 ‘깨끗하고 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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