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 삶을 소비말지니, 덜 사니 잘 산다

2025-10-24

가제노타미 작가,한국 소비자에게 답하다

돈도 마음도 낭비 없는 저소비 생활 솔루션

할인 행사나 쿠폰 알림이 뜨면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집어든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 없더라도 좋은 걸 싸게 ‘득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끝이 분주해진다. 요즘은 출처가 불분명한 상품도 AI 쇼핑 렌즈로 바로 찾아 살 수 있고, 결제도 순식간이다. ‘취중 진담’보다 무섭다는 ‘취중 쇼핑’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 만족감은 얼마나 갈까. 택배 상자를 열 때까지, 혹은 ‘배송 중’이 ‘배송 완료’로 바뀔 때까지?

“우리는 흔히 ‘소비’를 행복의 해답처럼 주입받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소비에 휘둘리고 불만족이 쌓이죠. 그래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같은 거대한 질문 대신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어요. 그 첫걸음이 바로 제가 살아온 절약 생활, ‘저비용 생활’을 나누는 일이었어요.”

도쿄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던 가제노타미(필명) 작가는 과소비와 스트레스가 불러온 충동구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저소비 생활’을 시작했다. 그 역시 한때는 냉장고에 쟁여둔 식재료를 억지로 해치우거나, “수많은 옷 속에서 길을 잃고” 입을 게 없다며 새 옷을 사는 ‘평범한 소비자’였다.

17년째 혼자 사는 그는 월평균 160만~180만원이던 생활비를 월세 포함, 약 70만원으로 줄였다. 집에는 에어컨, 전자레인지, 심지어 냉장고도 없다. 쌀과 된장, 건어물은 고향에 세금을 납부하고 받은 답례품으로 해결하고, 식료품은 먹을 만큼만 사서 간소하게 먹는다. 생필품은 반 년치를 한 번에 구입하는데, 한 달 평균 4000원 수준이다.

이쯤에서 멈췄다면 그의 책 제목은 ‘짠돌이 생활’쯤으로 끝났을 것이다. <저소비 생활>이 아마존 저팬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절약 예찬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경향신문과 나눈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저소비 생활의 가장 큰 변화를 “불필요한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으로 꼽았다.

“무엇이 내게 진짜 필요한지 명확히 알게 되었고, 소비에 쓰던 시간과 에너지, 돈이 줄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저소비 생활’을 전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건 ‘돈을 쓰지 않는’ 삶이기에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100만원을 자유롭게 쓰는 법은 소수만이 실천할 수 있지만, 100원이나 0원으로 시작하는 법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죠.”

그는 지난 삶을 ‘64GB짜리 스마트폰 본체에 30GB짜리 앱을 억지로 돌리는 상태’에 빗댔다. 용량이 차면 작동이 느려지고, 배터리 수명도 짧아진다. 대부분은 클라우드를 결제하거나 보조배터리를 챙기겠지만, 그는 ‘앱을 삭제하거나 아예 스마트폰을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한 달에 한두 번 스마트폰의 불필요한 앱이나 메모를 위해 찍은 스크린샷을 삭제하는 등 내용물을 정리하는 것도 그의 루틴 중 하나다. 생각과 습관을 정리하는 삶. 언뜻 ‘미니멀라이프’와 닮은 듯하지만, 저소비 생활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기준으로 돈을 쓰는 삶”에 초점을 둔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무난한 사회생활’을 이유로 꾸밈비와 교제비를 당연하게 지출하는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책에는 월세를 비롯해 수도·전기·가스·통신비(약 8만6000원), 식비(약 3만9000원), 교제·오락비(약 2만8000원) 등 실제 월 지출 내역과 함께 저소비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새 옷을 사기 전에 기존 옷의 활용법을 먼저 찾아보면 자연스레 구매 욕구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금욕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는 세제 혜택이 있는 계좌를 활용한 인덱스 투자 등 재테크도 꾸준히 병행한다. 또한 “집 안이 답답하면 외출이 잦아져 소비를 통한 보상 심리를 채우게 된다”며 월세를 무리하게 줄이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하는 1인 가구 프리랜서인 그의 생활 패턴을 모두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분명 참고할 점은 있다. 10년째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가제타미 라디오’에서는 구독자들과 함께 ‘0원 데이’를 진행한다. 막연한 이유로 하는 무의식적인 소비를 점검하는 이벤트다. ‘스마트폰 없이 산책하기’ ‘돈과 카드 없이 가게 돌아보기’ ‘플라스틱 쓰레기로 수납 아이템 만들기’ 등 돈 한 푼 안 써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의외로 많다. 그의 책은 한국을 비롯한 대만 등지에서도 출간됐다.

“저를 포함해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평범하게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일본의 작은 도시에서 조용히 실천하고 있는 ‘저비용 생활’이 ‘다른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통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아마도 그 속에 담긴 ‘작은 생활 속의 내면 변화’가 시대를 초월해 공감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고민과 행복은 국경을 넘어서도 닮아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Q. 나름 합리적인 소비자입니다. ‘안 사면 손해’인 물건만 신중하게 검토해서 사요. 그런데 왜 안 쓰는 물건이 쌓여갈까요.

지금 시대의 ‘미스터리’ 중 하나죠. 외부 자극에 의해 시작된 소비는 대체로 불만족으로 끝나지만, 내면의 필요에서 출발한 소비는 만족으로 이어집니다. 처음엔 그 경계가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일단 멈추기’를 권해요. 구매 전 며칠만 ‘보류’해보세요. 3~7일만 지나도 대부분의 욕구는 사라집니다. 그때 비로소 ‘진짜 필요한 것’이 보이기 시작하죠.

Q. 경제 자립에 처음 나서는 사회초년생이에요. 무조건 월급의 절반 이상은 저축하라고 하는데, 돈과 어떻게 관계를 맺기 시작해야 할까요.

돈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면, 결국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돈은 ‘삶의 방향’을 함께 생각하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해요. 실무적으로는 수입과 지출의 균형 감각을 익히고, 가능하다면 적은 금액이라도 투자 경험을 시작해보길 권합니다. 경제적 기반이 조금이라도 안정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거든요.

Q. 뭐든 직접 써봐야 직성이 풀려요. 돈보다 경험이 우선인 삶. 이대로 괜찮을까요.

‘경험을 돈으로 사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정말 필요한 경험인지, 돈을 써야만 가능한 일인지 구분이 생기죠. 사실 ‘저비용 생활’도 경험 중심의 삶이에요. ‘돈을 쓰지 않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니까요. 돈을 쓰든, 안 쓰든 중요한 건 ‘정말 그 경험을 원하느냐’예요. 그 질문 앞에서만 진짜 가치가 드러납니다.

Q.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싶어요. 그런데 처분하자니 하나하나 다 소중한데, 어떻게 버리죠.

그렇다면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됩니다. ‘소중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저는 글을 쓰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기억을 떠올리며 만족하는 타입이지만, 어떤 사람은 물건을 통해 ‘소중함’을 실감하죠.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버리라’는 건, 저에게 ‘기억하지 말라, 글 쓰지 말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남을 따라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Q. 한턱도 내고 싶고, 경조사비도 잘 쓰고 싶고…사회적인 체면 관리는 어떻게 하죠.

체면을 지키기 위해 쓰는 돈이 불안이나 부담을 줄여준다면, 그건 오히려 ‘저렴한 평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쪽에선 ‘체면이 필요 없는 나’도 함께 키워보세요. 누군가 앞에서는 완벽한 자신으로 행동하되, 다른 자리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실험해보는 거죠. 저는 이것을 ‘보여주지 않는 실험’이라 부릅니다. 돈을 쓰는 자유도, 쓰지 않는 자유도 있습니다. 때때로 후자를 선택해보세요. 그 균형 속에서 진짜 자유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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