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이잉~.’ 어디선가 사다리차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이사를 가는 모양이다. 떠난 사람이 두고 간 물건들을 구경하기 위해 오후의 산책 경로를 수정한다. 길에서 물건이나 가구를 줍는 데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사 당일에는 비에 젖거나 벌레의 습격을 받지 않은 ‘신선한’ 원목 가구를 주울 수 있다. 이웃의 가구는 우리 집에 들어와 또 한 번 삶을 이어간다. 식사할 때 앉는 원목 의자도 이삿날 구조한 친구다. 긁힌 데도 많고 딱히 예쁜 구석은 없지만, 앉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적당하다.’ 좋은 의자란, 앉아 있는 동안 서서히 그 존재를 잊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웃의 의자는 나에게 잘 맞았고, 낡은 쿠션을 리폼해 8년째 사용하고 있다.

좌판을 재조립하기 전에 다리와 등받이의 상태도 점검하자. 짜맞춤 공법이 아닌 나사못으로 조립한 의자는 사용자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체결 부위가 헐거워졌다면 나사 끝에 목공풀을 바르고 다시 조이거나, 나사를 조금 더 두꺼운 것으로 바꿔준다.
의자나 식탁처럼 체중이 실리는 가구에는 육각 홈이 있는 나사가 쓰이므로, 발견할 때마다 소중히 모아둔다. 육각 렌치를 세트로 갖춰 두면 두고두고 요긴하게 쓰인다.
플라스틱과 쇠붙이로 만들어진 사무용 의자도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이동 바퀴, 팔걸이, 좌판의 높낮이나 등받이 조절 레버 등 기능과 부속이 많을수록 살펴야 할 부분도 많다. 의자에서 끼익 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금속봉 및 바퀴의 체결 부위에 구리스(윤활제)를 뿌리고 주변이 오염되지 않도록 잘 닦아낸다. 등받이가 휘청거린다면 고정 볼트가 헐겁지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에 맞는 의자의 높이를 아는 것이다. 발꿈치가 바닥에 닿도록 하되, 책상에 팔을 놓았을 때 자연스럽게 니은 자가 되어야 한다. 앉은키가 작다면 65㎝ 이하로 높이가 조절되는 책상을 고르고, 책상을 바꿀 수 없다면 발받침을 두거나 굽이 높은 실내화를 신어 다리의 각도를 조절한다.
내 사무용 의자는 양쪽 팔걸이를 제거한 상태다. 디귿 자 모양의 작업대를 거침없이 쓰고, 팔걸이에 기대는 습관도 고치기 위해서다. 팔걸이가 없으면 다리를 꼬거나 비뚤게 앉기가 불안하므로, 자연스럽게 정자세로 앉게 된다. 책상 밑에는 책장을 놓아서 발을 멀리 뻗지 못하게 막았다.
‘척추 수술 2천만 원’이라는 메모를 책상에 붙이고 바른 자세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편도 좋지만, 앉아 있는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이 나쁜 자세를 고치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다. 나의 편의를 위해, 또는 기분전환을 위해 의자의 변신을 마음껏 도모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