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피해간 ‘한양대 딥페이크범’, 되레 “손해보상 해달라”

2024-09-18

지인 20명 합성사진 제작 혐의

당시 처벌법 없어 대부분 무죄

최근 법원에 ‘형사보상금’ 청구해

변호사 비용 등 수백만 원 받을 듯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물) 처벌법이 없어 형사 처벌을 피해 간 남성이 법원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모씨는 지난달 12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했다. 형사보상은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게 국가가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다. 재판 준비와 출석에 든 여비와 일당, 변호인 보수 등이 보상 대상이다.

이씨는 한양대에 재학하며 2017년 4월부터 11월 사이 같은 학과 및 동아리 선·후배 등 여성 지인 얼굴이 합성된 나체사진을 17차례 성명불상자에게 의뢰해 제작한 혐의(음화제조교사)로 2019년 1월 기소됐다. 제작을 의뢰하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지하철과 강의실 등에서 6차례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이씨의 범행은 그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이 습득하면서 발각됐다. 피해자 20여명이 함께 피해 사실을 알려 사건이 공론화했고 대학은 2018년 3월 이씨를 퇴학시켰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1·2심 법원은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씨를 기소할 당시 딥페이크 성범죄를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조항(14조의2)이 없던 것이 이씨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검사는 이씨에게 음란한 물건을 제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음화제조 교사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행에 사용된 컴퓨터 파일 등은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기환송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김재호)도 지난 3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명예훼손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이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서도 압수 과정에 절차적 잘못이 있어 무죄가 선고됐다. 이씨와 검사가 모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씨에 대한 형사보상금은 변호인 보수 등으로 수백만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붙잡힌 인원은 최근 3년여간 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청소년성보호법 11조 위반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모두 4763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21년 1747건(1331명), 2022년 1052건(986명), 2023년 1052건(978명), 올해 1∼7월 912건(762명)이다. 이 기간 검거된 4057명 중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된 이는 261명(6.4)에 그쳤다.

피해 신고 접수와 단순 소지·시청 등 각 범죄 유형별 현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종민·이정한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