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올해 첫 기자회견을 열고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판 목소리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재명, 기본사회 정책 묻자 "선택의 문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간판 정책으로 꼽히는 '기본사회' 정책과 관련 "세상에 해야할 일은 산더미같이 많고 정책이란 어떤 것을 우선할지 선택의 문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시대에서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는 아마도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문제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사회 정책)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임종석 전 실장의 비판 목소리에 "정당은 다양성을 생명으로 한다. 이견이 없는 상태는 일종의 조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극 체제라고 할지 아니면 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할지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지지율 하락에 이재명 "국민 뜻 겸허히 수용"
이 대표는 '12·3 비상 계엄' 사태 후 민주당 지지율이 대체로 하락한다는 지적에 "국민 뜻이니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에 대해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게 민주당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보복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있어서도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대한민국을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게 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치 보복이란 단어조차 없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부에서 이야기하듯 내란 세력을 사면할 것인가 문제가 벌써부터 이야기된다"며 "명백한 위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특별법, 설연휴 후 신속 처리할 것"
이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 관련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되는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 관련 "설 연휴가 지나고 제가 토론을 주재해 쌍방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 신속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여야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며 보조금 등 사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R&D(연구개발) 분야 등 전문직에 대한 52시간 예외 적용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에 머물러 있다.
이 대표는 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에 대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회복과 성장, 이 시대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
이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며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탈이념과 탈진영,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새로운 성장이 '진정한 민주공화국', '함께 사는 세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조치에 대한 비판도 했다. 이 대표는 "정권의 친위 군사 쿠데타가 1차 내란이라면 극단주의 세력의 조직적 폭동은 2차 내란"이라면서 "국민은 위대했다. 무도한 폭력에 맨손으로 맞서고 색색의 응원봉과 경쾌한 떼창으로 역사의 퇴행을 막아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을 높이 오를수록 바람은 더 세다"며 "이 혼란은 더 밝은 세상으로 향하는 통과의례다. 희망을 가지고 힘을 모아 마지막 이 고비를 함께 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