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삼성의 외국인 거포 르윈 디아즈가 드디어 시즌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멈추지 않는 디아즈의 방망이와 함께 삼성은 키움과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가을야구 희망을 더욱 굳건히 다졌다.
디아즈는 지난 24일 대구에서 열린 키움과의 홈경기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흐름을 잡은 것도 그의 몫이었다. 1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선 그는 키움 선발 김연주의 공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팀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어 3회 4-3의 근소한 리드를 지키던 상황에서 선두타자로 올라온 디아즈는 김연주의 3구째 체인지업을 밀어 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10m짜리 솔로포를 날렸다. 이 한 방으로 디아즈는 이번 시즌 다른 어떤 선수보다 가장 먼저 40호 홈런에 선착했다. 삼성은 디아즈의 활약을 앞세워 키움을 7-4로 제압하며 주말 시리즈를 싹쓸이했다.
사실 시즌 전만 해도 디아즈는 스스로의 목표를 '25홈런 이상' 정도로 설정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늘 '40홈런'을 외치며 믿음을 보냈고, 그 응원이 현실로 이어졌다. 디아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내가 항상 나에게 40홈런을 칠 수 있다고 말해줬다. 늘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며 힘을 준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 개인 성과도 결국 팀 승리 속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디아즈는 최근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디아즈의 아내 실레니아 칼리키오는 지난 21일 다시 한번 협박 피해 사실을 알리며 고통을 호소했었다. 이미 지난 8월 중순에도 디아즈는 SNS를 통해 아내와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신체적 위해 협박이 있었다고 밝히며, "더는 참지 않겠다.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메시지의 내용 또한 단순 비난을 넘어 가족 전체를 위협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된 협박으로 멘탈에 상처를 입은 디아즈였지만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재 126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남은 한 달 동안 KBO 최초로 150타점을 돌파할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 있다. 그는 "타석에 설 때마다 주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불러들이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공을 인플레이에만 만들어내도 득점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늘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KBO 역사를 통틀어 50홈런을 넘긴 타자는 단 세 명뿐이다. 이승엽(1999년 54개, 2003년 56개), 심정수(2003년 53개), 박병호(2014년 52개·2015년 53개). 디아즈가 이 3명의 선수의 아성에 도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그는 "50홈런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의 최근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시즌 초반 부진을 겪었던 선수단은 서로를 격려하며 끈끈한 팀워크를 다져왔고, 지금은 완전히 하나로 뭉쳐 힘을 발휘하고 있다. 디아즈는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우리는 '시즌은 길다,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서로 다독였다. 지금은 그 믿음이 현실이 되어 모두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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